검찰이 캄보디아의 폐업한 호텔 건물을 콜센터로 두고, 국내에는 봉사단체를 가장한 불법 법인을 세워 2150억의 투자금을 가로챈 글로벌골드필드 대표 등 4명을 재판에 넘겼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정현 부장검사)는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사기, 유사수신행위규제법위반 등 혐의로 글로벌골드필드 정모 대표 등 조직원 4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대표는 캄보디아에 체류하며 중국인들과 수개월 간 범행을 계획했다. 이후 지난해 1월부터 캄보디아에 폐업한 호텔 건물을 거점 삼아 중국·미얀마 화교 국적 조직원 수십명을 배치했고, 별도로 한국인 조직원을 모집해 본격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
또 인터넷 구인 사이트 등을 통해 한국인 조직원 30대 남성 전모씨와 안모씨, 그리고 중국 출신 30대 여성 정모씨를 모집해 국내은행 계좌 입출금, 투자자 모집을 위한 대화내용과 홍보 문구 통·번역 등 역할을 수행하게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마치 영국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골드필드의 해외 주재원인 양 국내 봉사단체 회원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봉사활동 인증샷을 찍게 한 후 후원금을 지급하는 등 업체를 홍보하며 신뢰관계를 쌓았다.
이후 정 대표는 국내에 봉사단체를 가장한 불법 투자금 수신 법인을 설립한 후 글로벌골드필드 한국지사 대표로 이름을 올리고 해당 법인이 영국 본사로부터 거액의 후원을 받고 있다며 전국 각지의 봉사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활용 친환경 농업 사업'에 투자할 것을 공유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정 대표는 회원들의 투자자 모집 실적에 따라 고가의 승용차와 골드바 등을 제공하는 한편, 시사주간지 지면에서 '선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자신의 기업철학이다'라고 인터뷰까지 했다.
범죄집단 거점으로 사용된 캄보디아 폐업 호텔 외곽에는 전기충격봉을 소지한 무장 경비원들을 배치돼 출입이 통제됐고, 조직원들은 오전 7시 30분부터 12시간 이상 근무하며 관리자의 허락 없이는 외출이 제한되는 등 엄격히 관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수법으로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동안 피해자 2200명으로부터 215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가로챈 후 사무실을 폐쇄했다는게 검찰 조사 결과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 거점 범죄 집단들이 보이스피싱 등 일회적이고 단순한 범행 수법을 사용하던 기존 양상에서 장기간에 걸쳐 고도화된 범행 수법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추세임을 보여준다"며 "향후 재판과정에서도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범죄수익환수, 상위 모집책 수사 과정에서도 경찰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