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으로 강원 강릉지역 최대 식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강릉시가 20일부터 세대별 계량기를 50%로 잠그는 '제한급수'를 시행한다.
특히 일부 음식점과 카페 등에서는 자발적으로 수돗물 대신 생수를 쓰는 등 민·관이 협력해 절수 운동에 동참하고 있지만, 당분간 이렇다 할 비 소식이 없어 시민들의 불편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오봉저수지 바닥 드러나…저수율 연일 '역대 최저치'
지난 19일 찾아간 강릉 오봉저수지. 강릉시민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는 말그대로 바싹 말라가고 있었다. 있어야 할 물은 없고 드러난 바닥에서는 잡초와 풀 등이 무성했다. 당시 저수율은 21.8%로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지난 1977년 조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마른 장마에 이어 강수량도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6월까지 강릉지역에 내린 비는 386.9mm로 평년 751.6mm의 51.5%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전국에 폭우가 내리면서 물난리가 난 상황 속에도 1개월(7.18~8.18) 강수량은 89.2mm로 평년 대비 40%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당분간 가뭄을 해갈할 정도의 비 소식도 없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세대별 계량기 50%까지 제한급수…"물 절약 동참" 호소
가뭄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강릉시가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앞서 시는 지난 12일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 운영에 돌입했다. 이어 14일부터는 제한급수를 시 전역으로 확대 시행하며 배수지 13개소의 유출 밸브 개도율 조절(100%→85%)을 비롯해 지자체 운영 주요시설(234개소) 수압 조절, 분수 등 지자체 운영 시설 14개소 사용 중단, 일 300톤 이상 물 사용 대수용가(197개소) 수도사용량 감소 유도, 공공수영장 3개소 운영 중단 등 용수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뭄이 더욱 심화되자 급기야 세대별 계량기를 50%까지 잠그는 제한급수에 들어간다.
김홍규 시장은 지난 19일 가뭄대응 비상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20일 오전 9시부터 주문진과 연곡면, 왕산면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을 대상으로 제한급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9월까지 뚜렷한 강수예보가 없으며, 현재 저수량 기준으로 사용 가능 일수가 약 25일에 불과해 생활용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되는 만큼 시 전체가 총력 대응해야 할 엄중한 위기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강릉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전역(주문진읍·연곡면·왕산면 제외)을 대상으 모든 수용가 계량기를 50%로 잠근다. 이번 조치로 수용가별 약 40%의 절수 효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75%까지 잠그고, 바닥이 드러날 경우 세대 당 일일 2ℓ 생수 배부와 전 지역 운반급수를 시행할 방침이다. 현재 비 예보가 없는 만큼 조만간 10% 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시장은 "그동안 강릉시는 선제적 대응을 통해 버텨왔지만, 이제는 전략적 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제한 급수를 시행하게 됐다. 저를 비롯한 공직자 모두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민 여러분의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정수기 사라지고 생수 사용…일부 업소 '자발적 절수 동참'
지자체의 대응과 함께 시민들의 자발적인 '물 절약'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지난 19일 점심시간 강릉시 금학동에 있는 A 음식점에 취재진이 자리를 잡자 식당 직원이 500㎖ 생수병 1병을 테이블로 가져왔다. 주위에 있는 다른 테이블 역시 모두 생수병이 놓여 있었다.
강릉지역에 극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이 식당은 수돗물을 아끼기 위해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자체적으로 구입한 생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역의 한 카페에서도 커피를 만드는데 생수를 사용하며 가뭄 극복을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A 식당 사장 고성민(40대.강릉청년소상공인협회장)씨는 "저희 협회 소속 40여 분이 수돗물 대신 생수를 이용해서 음료나 커피를 제조하고 식당에서는 손님들에게 생수를 제공하고 있다"며 "비가 오지 않고서는 저수지를 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까 먹는 물이라도 좀 아껴보자, 설거지하는 물이라도 아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됐다. 시민들께서도 최대한 물 절약 캠페인에 동참해 어려운 상황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말했다.
최악 가뭄에 생수 지원 등 온정 손길도 잇따라
최악 가뭄에 생수 지원 등 온정 손길도 잇따라
올 여름 전국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진 반면, 유독 강릉지역만 최악의 가뭄에 직면하자 생수 지원 등 온정 손길도 잇따르고 있다.
속초시는 지난 14일 강릉시청을 방문해 3천만 원 상당의 생수 3만병을 전달했다. 속초시청 직원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1만병을 마련했고, 속초에 위치한 글로벌심층수가 2만병을 기부했다. 전달된 생수는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지대 및 비상급수지역, 취약계층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앞서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도 생수 3만병을 지원했으며 행안부는 재해구호협회와 협력해 생수 2만 9천병을 공급할 예정이다.
강릉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동해와 양양, 평창 등 인근 시·군들과 응원 급수 협의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상호 협력 기반의 물 관리 네트워트도 구축할 방침이다.
김홍규 시장은 "지원해주신 생수는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릉시에게 가뭄의 단비인 만큼 전해주신 마음은 잊지않고 보답하겠다"며 "이번 가뭄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시민들의 많은 동참을 부탁드린다. 강릉시도 시민 불편이 없도록 생활용수 확보 등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가뭄 대응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