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8일 "내년 6월 선거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겠다"며 정치 행보를 공식화했다.
이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생각은 복잡하다. 특히 정청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조 전 대표를 사면했다'는 시각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면서, 민주·혁신당 양측이 미묘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출마 공식화' 조국, '정청래 견제용 사면' 시각에 불편한 鄭
조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그는 이날 공개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으로 돌아왔고, 내년 6월 국민으로부터 한 번 더 심판을 받겠다.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출마를 공식화했다.최근 도마에 오르고 있는 민주당과의 합당 문제에 대해선 "내부 논의도 해야 하고, 합당이 최선인지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선은 당을 재건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어떤 것이 진영 전체에 도움이 될지 열린 상태로 고민하고 당 내 의견을 모아보겠다"며 유보적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 등이 '지방선거 전에 민주당과 혁신당이 합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데 대해서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당장의 논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정작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최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둘러싸고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에 불편한 낌새를 숨기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조 전 대표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하는데, 그럼 박찬대 의원이 당 대표가 됐으면 조국은 사면·복권되지 않았다는 말이냐"며 "역사 속에서 '명청(명나라-청나라)교체기'는 들어봤어도 더불어민주당에서 '명청(이재명-정청래)시대'는 가당치도 않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 얘기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조 전 대표를 사면했다는 주장 △이 대통령이 박 의원을 (당 대표로) 밀었으니, 정 대표가 이 대통령과 싸울 것이라는 주장을 드러내놓고 일축한 것이다.
정 대표는 이를 "악의적 갈라치기"라 규정하며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고, 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 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 '개혁 입법'하면서도 "지지율 하락, 조국 탓만은 아니다"…'수위 조절' 하며 신경전
정치권에선 이들의 행보를 두고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두 정당의 색깔이 비슷한 만큼, 합당 여부를 떠나 어느 정도의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우선 정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오는 21일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과 상법 2차 개정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당이 그전부터 추진해 왔고, '선명성'이 잘 드러나는 쟁점 법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대해선 정 대표가 그전부터 개혁 입법에 대한 빠른 처리를 강조해왔던 기조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이른바 '쇄빙선'을 자칭해왔던 혁신당에 대한 견제도 포함돼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시 말해 집권 여당으로서 주도권을 잃지 않고, 지난해 총선과 올해 담양군수 재보궐선거에서 혁신당에 투표했던 유권자들의 발걸음을 민주당으로 돌리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혁신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방선거 때 진영이 분열되어 (국민의힘 등에) 어부지리를 안겨주게 되면 곤란하기 때문에 시기와 수위 등에 대한 고민은 있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도 비판 여론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저의 사면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n분의 1(정도) 라고 본다"며 "그 외 여러 가지 다른 사건이 있었는데, (여론조사) 원 자료를 봐도 아닌 것 같다. 물론 제가 일정한 기여를 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에 대한 비판론이 나오는 것을 의식한 듯, 이를 적극 반박하며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는 당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 힘쓰는 모습이다.
다만 민주당 부승찬 대변인도 관련 질문에 "상당히 복합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사면 문제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분석이 필요하지만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토론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엄호했다.
때문에 아직은 '탐색전' 정도 단계에서 서로 분위기를 살펴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혁신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조 전 대표의 행보가 당 대표 복귀를 대비하는 측면도 있지만, (대표로 당선되려면) 전당대회가 남았기 때문에 그 때까지 어떤 역할을 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내란 청산과 검찰개혁 관련 선명성 경쟁은 환영하지만, 진보 진영의 연대나 결속이 느슨해지는 것을 원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두 사람 모두 각 정당의 대표(급 인사)이고 자기 당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기싸움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