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늘고 전세 오르는데"…부산, 사라진 '중간 사다리'

부산 남구의 아파트 건설현장. 강민정 기자

부산 부동산 시장이 기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무주택 가구는 역대 최대치로 늘고 전셋값은 오름세가 이어지지만, 분양 시장에서는 고분양가 하이엔드 아파트만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산층 무주택자들이 오를 수 있는 '중간 사다리' 주택이 사라진 것이 문제"라며, 선호 지역에서 적정 분양가의 신축 공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통계청 "부산 무주택 가구 62만, 역대 최대"

18일 통계청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부산 무주택 가구는 61만 6713가구로 전체 가구(146만여 가구)의 42.2%를 차지했다.

이는 경기·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규모로, 인천보다도 8만여 가구 많다.

특히 무주택 가구의 57.9%가 청년·고령층의 1인 가구였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과 소득 정체가 맞물리며 무주택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세 오르는데 매매 전환은 막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부산 전셋값은 3월 이후 5개월째 상승세다.

이달 둘째 주만 해도 전주 대비 0.04% 올랐는데, 수영구(0.15%)는 광안·남천동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연제구(0.10%)는 연산·거제동 대단지 위주로, 동래구(0.10%)는 사직·안락동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올랐다.

전세가가 오르면 매매 수요로 이어져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강정규 동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 속도를 소득이 따라가지 못해 무주택자의 구매력이 약화됐다"며 "부산은 상위 20%와 하위 20% 아파트 가격 격차가 6.7배로, 서울보다도 크다"고 지적했다.

하이엔드만 흥행…실수요 외면

이런 상황에도 분양 시장은 고분양가 단지에만 열기를 보이고 있다.

최근 수영구 남천동 '써밋 리미티드 남천'은 3.3㎡(평)당 5천만 원이라는 초고가에도 불구하고 1순위 청약에서 최고 3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해운대구 '르엘 리버파크 센텀' 역시 세 자릿수 경쟁률로 분양에 성공했다.

이번 주에는 부산진구 서면에서 또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 단지인 '써밋 서면 더뉴'의 분양이 예고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잇단 하이엔드 분양과 흥행은 투자 중심 수요와 자산가 중심의 현상일 뿐, 대다수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간 사다리 공급" 절실

강 교수는 "무주택자가 전셋값 부담을 안고도 내 집 마련에 나서지 못하는 건 '중간 사다리'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연제·남구·해운대·수영구 등 선호 지역에서 평당 2천만 원대 후반~3천만 원 초반대 신축이 공급되면 무주택 실수요가 움직이며 시장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곽 신도시 공급만으로는 무주택 가구 감소나 자가 보유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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