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앙당사까지 들이닥친 특검팀의 압수수색이 막판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주 추가 강제수사 시도가 유력한 만큼 본선 당락을 좌우할 당심(黨心)에 미칠 파급력이 주목된다.
이같은 국면은 당사 철야농성과 특검 앞 1인시위 등 강경 대여(對與) 공세에 나선 반탄(탄핵 반대)파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분석이 대체로 많다. 찬탄(탄핵 찬성)파도 '야권 탄압'이란 취지로 규탄에 동참한 건 사실이지만 '특검수사 협조' 원칙을 내세운 터라 화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사 압색'에 당내 분위기 경색…'강경투쟁' 김-장에 힘 실려
김건희 특검팀이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나선 건 지난 13일. 과거 통일교 신도들이 무더기 입당해 당대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고자, 당원 명부를 확보한다는 명분이었다.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진입을 총력 저지하면서 특검은 15시간여 대치 끝에 빈손으로 철수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특검이 이번 주 중 압수수색 재시도에 나설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을 '빈집털이범'에 빗댄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18일 오전 8시부터 '국회 경내 비상대기령'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전당대회 당일인 22일까지 특검과 실랑이를 벌여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비상상황'은 특검을 바라보는 당권 주자들의 시각 차이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이번 특검 수사를 '야당 말살 시도'로 규정한 반탄파, 즉 김문수·장동혁 후보에게 호재(好材)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들은 특검의 수사 당위성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전면 보이콧' 노선이다.
두 후보는 전당대회 레이스 초반부터 이재명 정부에 대한 강경투쟁을 핵심 메시지로 발신해 왔다. 인적 쇄신 주장을 '내부 총질'로 간주하고, 화살을 이재명정부·민주당으로 돌려야 한다는 점에서 상통한다.
특검의 칼날이 의원들의 국회 사무실을 넘어 당사까지 겨누자, 경쟁적으로 '더 센' 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다.
우선 김 후보는 압수수색 당일 밤 당사 로비에 자리를 깔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그는 입장문을 내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무력화하고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정당 말살 음모"라고 맹공했다. 전당대회 일정이 진행 중인 점을 들어 "반(反)헌법적 폭거"라고 규탄하는가 하면, 당원들을 향해 "우리 모두 당사로 모여 비상전선을 구축하자"며 당사로의 결집을 호소했다.
당원투표가 8할인 본선 룰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선 기존 일정을 소화하는 것보다, 당사 농성 유지가 가장 효과적인 선거운동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전날 KBS가 주관한 2차 방송토론회에서도 "특검이 내일(18일) 아침 일찍 올 거라 본다. 목숨을 걸고 막겠다"고 했다.
장동혁 후보는 특검을 저지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재명 정권을 끌어 내리겠다"고 했다. "정치특검의 광기", "3류 조폭정치"라는 맹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김건희특검이 차려진 서울 광화문 KT본사 앞에서 '야당탄압 정치보복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시위도 했는데, 보다 폭넓은 '여론전'을 노렸다는 평가다.
당내에선 특검수사 가속화가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수감' 사태와 맞물려, 당원들의 표심이 반탄파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석열과 김건희는 이미 죽은 권력 아닌가. 지금의 당정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느낌"이라며 "평당원들 사이 (특검 관련)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는 원성이 많다. 반탄 후보가 선전할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전했다.
'반탄파' 선명성 경쟁 속 '원칙적 특검 협조' 찬탄파는 수세
다만, 반탄파 중 누가 더 수혜자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김 후보에 우호적인 한 국민의힘 인사는 "진짜 몸으로 당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김문수다. 관계 없는 곳에 잠시 다녀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장 후보를 에둘러 비판했다.
반면 선명성에서 앞선 장 후보가 김 후보를 바짝 추격 중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후보는 (대선 경선 때) '단일화 논란'으로 신뢰를 잃었다. 개헌 저지선을 강조하는 것도 그 약점 때문"이라며 "장 후보 주장처럼 사분오열 상태를 확실히 정리해야 단일대오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을 옹호하는 '윤 어게인(Yoon Again)' 세력과의 절연을 강조해온 안철수·조경태 후보의 경우 의도치 않게 수세에 몰린 분위기다. 두 후보 모두 압수수색일 당사를 찾아 특검의 '무리한 수사'를 성토했으나, 강도 면에선 반탄파에 밀리는 딜레마 탓이다. 안·조 후보는 국민의힘이 여당의 '내란당' 공격을 벗어나기 위해선 특검 수사에 기본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안 후보는 전날 방송토론에서 특검 수사를 두고 "빨리 털어야 된다. 그래야 내년 지선에 이길 수 있다"고 했고, 조 후보 역시 "500만 명의 소중한 당원들은 당연히 지켜내야 된다. 하지만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장 후보는 "저는 특검(법안)이 통과되면 이와 같이 무도한 수사를 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고 논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