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경쟁의 그늘… 교회 노동현실 개선해야"

'오륜교회 직원 과로사 사태 관련 긴급간담회'
"한국교회 내 노동문제, 근본적인 원인 파악해야"
"일정 규모 이상 노동조합 설립 의무화" 제안도




[앵커]

오륜교회 방송실에서 근무하던 실무자가 과로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교계 안팎에서는 교회 내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장세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13일 서울 서대문구 '공간 이제'에서 '오륜교회 직원 과로사 사태 관련 긴급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장세인 기자

[기자]

지난해 12월, 오륜교회 방송실 실무자가 과로로 사망한 사실이 최근에서야 알려졌습니다.

복음 전파를 위한 교회 사역 때문에 교회 내부 직원이 사망했다는 사실은 교계 안팎에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한국교회 내 노동현실과 근본적인 원인을 돌아보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20년 넘게 교회 방송실 사역을 해온 이한용 교방닷컴 대표는 이번 오륜교회 과로사 사건이 성장하는 교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쉼없이 과로에 내몰리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방송 사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직원과 평신도 봉사자, 교역자가 모두 뛰어들었는데, 이들의 역할과 경계가 뒤섞이며 직원 복지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이한용 대표 / 교방닷컴 (전 미디어사역자연합회장)
"어지간히 큰 교회들도 임금을 주는 직원들과 봉사자들이 섞여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분들이 볼 때는 봉사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일에 대한 가치를 저평가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직원들에 대한 처우나 복지에 대해서는 그렇게 중요하게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교회도 성장 경쟁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사회법을 뛰어넘는 복지 체계를 선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녹취] 김정태 목사 / 사랑누리교회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일반사회도 지금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면허취소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인데 함께 일하다 돌아가시면 (잘못을 인정) 해야죠. 최선을 다하고 사회가 할 수 있는 법 이상의 것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교회가 세상을 향하여 말씀을 선포할 자격이 생긴다."

교회개혁실천연대 홈페이지.

쿠팡 택배노동을 하다 과로사로 숨진 고(故) 정슬기 씨의 주일학교 교사였던 남기업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정 규모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교회에 노동조합 설립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륜교회가 책임 있는 태도로 앞장서고 교회개혁실천연대와 영등포산업선교회 등이 함께 나서 재발방지 대책을 연구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남기업 공동집행위원장 / 쿠팡 故 정슬기님 대책위원회
"교회의 가능성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구체적 사건에서 출발해야 됩니다. 오륜교회가 깨어나려면 그 죽음에서 시작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더 구체적인 대책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CBS뉴스 장세인입니다.

영상 기자 최내호
영상 편집 서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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