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과 해리 포터, 둘 다 영웅이지만 서사의 결은 전혀 다르다. 원더우먼이 홀로 싸우고 결말에 혼자가 되는 '남성 영웅'의 여정을 따른다면, 해리 포터는 친구들과 성취와 영광을 나누는 '여성 영웅'의 여정을 걷는다.
게일 캐리거의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는 이러한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며, 왜 지금 더 많은 '여성 영웅'의 이야기가 필요한지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저자는 여성 영웅의 여정을 "연대, 도움, 위안, 성취의 분배를 강조하는 서사"로 규정하고, 기존에 주류로 자리 잡은 '남성 영웅' 서사와의 비교를 통해 그 가치와 의미를 설명한다.
책은 목적·접근방식·힘·권력·결말 등 다섯 가지 축에서 두 서사의 차이를 짚는다. 여성 영웅은 목표 달성을 위해 도움을 청하고, 동료와 힘을 나누며, 함께 살아남는 결말을 맞는다. 반면 남성 영웅은 혼자 싸워 성취하고, 그 대가로 고독과 상실을 감수한다. 저자는 이러한 서사적 차이가 현실 속 성별 역할 인식과 문화적 가치관에 영향을 미쳐왔다고 지적한다.
게일 캐리거 지음 | 송경아 옮김 | 원더박스 | 368쪽
하버드대 영문학과 교수이자 '노턴 세계문학 선집' 편집진으로 잘 알려진 마틴 푸크너가 신작 '변화하는 행성 지구를 위한 문학'에서 세계문학을 기후위기 대응의 자원으로 삼는 새로운 독법을 제안한다.
푸크너는 '길가메시 서사시', '오뒷세이아', '겐지 이야기' 등 4천 년에 걸친 주요 서사 속에 이미 자연 자원 추출과 생태 파괴의 기록이 담겨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문학이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도시화·집약농업·산업화와 함께 기후변화를 초래한 생활 방식에 깊이 연루된 '공모자'였음을 지적한다.
책은 이를 바탕으로 기후위기를 '환경의 위기'이자 '서사의 위기'로 규정하며, 오래된 이야기를 새롭게 읽는 '환경적 읽기'와 지구적 연대의 상상력 회복을 강조한다. 푸크너는 특히 세계문학 개념에서 생태적 사유의 가능성을 끌어내고, 문학과 과학이 협력하는 '미래를 위한 이야기들' 프로젝트 선언문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그는 말한다. "이제 전 세계의 이야기꾼들이 단결해야 할 때다. 문학은 기후위기 시대에 집단적 행동을 촉발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마틴 푸크너 지음 | 김지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74쪽
에세이스트 나호선이 신작 '부패하지 않는 사랑의 힘'을 통해 사회 초년생으로서 겪은 청춘의 기록과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앞서 '젊은 생각, 오래된 지혜를 만나다',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을 펴낸 그는 이번 책에서 '축소'와 '단종'의 압박이 거세진 시대를 살아가는 2030의 일상과 고민을 때로는 재기발랄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담았다.
빈곤과 가정폭력, 군대에서 만난 '형이 필요한 남자들', 사랑과 이별, 가짜 친구와 사회의 부조리까지, 정치학 전공자의 시선으로 관찰한 청춘의 풍경이 진지한 성찰과 유머를 오간다.
책 속에서 그는 MBTI 유행을 '청춘들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해석하고, 사랑의 휘발성과 관계의 단절에 대한 우려를 전한다. 또 "어른이 된다는 건 기대를 줄이고 맷집을 기르는 과정"이라며, 실수와 부끄러움을 성장의 자산으로 삼는 태도를 강조한다.
'부패하지 않는 사랑'을 다짐하며 결혼한 그는, "돋보이고 싶은 욕구보다 하루를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에 감사한다"는 고백처럼 평범하지만 단단한 삶의 가치를 전한다.
나호선 지음 | 여문책 | 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