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다시 태어난 '뼈'의 흔적들…한기창 개인전 '뢴트겐의 정원 25'

서울 삼청동 오매갤러리, 16일까지
X-선 필름과 자개로 꾸민 정원
상처와 죽음 떠올리게 하는 X-선 필름을 치유와 생명의 꽃 피우는 정원으로 '형상화'

한기창, '뢴트겐의 정원', LED X-선필름 Panaplex, 100x100cm(2025). 한기창 작가 제공
'X선 아티스트' 한기창 작가의 개인전 '뢴트겐(Roentgen)의 정원 25'가 서울 삼청동 오매갤러리(대표 김이숙)에서 16일까지 열린다.

'뢴트겐'은 우리가 X-선이라 부르는 의료 광선을 말한다.

한기창, '뢴트겐의 정원', 캔버스 한지위에 자개 채색, 97x326cm(L)(2025). '뢴트겐의 정원', 캔버스 한지 위에 자개 채색, 97x326cm(2025). 한기창 작가 제공
추계예술대학교 미술창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한기창 작가는 'X선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다.

작품 속 활짝 피어난 꽃과 잎들을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손가락, 척추, 갈비뼈, 치아 사진들이다.

작가가 병원에서 직접 어렵게 구한 X-선 필름을 오리고 붙여 꽃과 봉오리, 줄기와 잎을 만들었다.

작품 속 활짝 피어난 꽃과 잎들을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손가락, 척추, 갈비뼈, 바스라진 뼈, 치아 사진들이다. 곽인숙 기자
"나는 대학졸업 후 작업을  중지하려 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함과 동시에  큰 교통사고로 인해 온몸에 두꺼운 대형철심을 박으면서 아픔과 절망, 상처와 처절하게 싸워가면서 버티어가던 죽음의 문턱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후 내가 대학에서 배우고 겪었던 미술의 모든 가치와 조형세계는 깨지고 새로운 세계관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미술은 단순한 시각적 의미의 이미지가 아니라 작가의 내면과 반전, 그리고  상처의 조형언어가 들어있어야  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의 작품 의미는 개인의 상처를 담아 동양적 생명 철학을 담은 정신으로 승화해서 한국화의 미래적 가능성을 재료적 구분과 경계적 형식이 아닌 작가의 땀흘린 육체적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정신으로 확장 귀결한다고 볼 수 있다. "

한기창 작업노트

'X선 아티스트' 한기창 작가의 개인전 '뢴트겐(Roentgen)의 정원 25'가 서울 삼청동 오매갤러리(대표 김이숙)에서 16일까지 열린다. 곽인숙 기자
작가가 X-선 필름을 사용하게 된 것은 1993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생사를 넘나든 긴 투병 생활을 겪으면서부터다.

사고를 당한 그는 전신을 깁스한 상태로 1년 넘게 중환자실에서 지내면서 7차례가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온몸이 절단 난 자신의 X-선 필름을 받아든 그는 심한 절망감을 느꼈지만,  X-선을 찍는 환자들이 생명에의 염원을 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필름에 주목하게 됐다.

이후 그는 상처와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X-선 필름을 치유와 생명의 꽃을 피우는 정원으로 형상화해 한국화 장르의 새로운 화조화(花鳥畵)로 부활시켰다.

한기창, '뢴트겐의 정원', 캔버스 한지 위에 자개 채색, 120x94cm(2025). 오매갤러리 제공
작품 속 활짝 피어난 꽃과 잎들을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손가락, 척추, 갈비뼈, 바스라진 뼈, 치아 사진들이다. 곽인숙 기자
지하 1층 전시장에 라이트박스를 활용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뒤편에서 밀려 나오는 빛은 필름의 틈새를 타고 캔버스 전면을 물들이며 빛과 채색의 시각적 효과가 어우러진다. 시선의 거리와 각도가 바뀔 때마다 신선한 '빛의 조형 정원'이 연출된다.

'X선 아티스트' 한기창 작가의 개인전 '뢴트겐(Roentgen)의 정원 25'가 서울 삼청동 오매갤러리(대표 김이숙)에서 16일까지 열린다. 곽인숙 기자
특히 이번 개인전에서는 X-선 필름의 새로운 파트너로 전통 재료인 자개를 활용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윤섭 미술평론가(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 이사장, 미술사 박사)는 "그동안 한기창 작가가 애용해 온 X-선 필름이 차가운 음영으로 작가적 내면의 언어를 대변했다면, 이번에 채색 물감 대신 자개를 사용하면서 상처 너머의 삶이 지향해온 환희와 기쁨을 시각화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기창은 '죽음의 그림자' 위에 '생명의 꽃'을 심고, 그 꽃이 관객의 체온으로 피어나길 기다린다"며 "동양적 샤머니즘이 말하는 공감의 치유이자, 현대 사회의 무감각을 뚫고 나오는 '예술적 환기(喚起)'이며, '치유의 회복탄력성'"이라고 했다.

'X선 아티스트' 한기창 작가의 개인전 '뢴트겐(Roentgen)의 정원 25'가 서울 삼청동 오매갤러리(대표 김이숙)에서 16일까지 열린다. 곽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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