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중국에 서서히 풀린다…K반도체 '반사이익' 얻나

트럼프, 엔비디아 저사양 AI칩 中수출 허용…추가 허용 시사도
"닫혔던 큰 시장 다시 열려…첨단 장비 반입 제한되면 中추격도 제한"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저사양 AI(인공지능)칩 수출을 허용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가장 큰 시장 중 한 곳인 중국이 이번 조치로 다시 열리게 되면서 판매 증가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미중 협상과정에서 중국 측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HBM(고대역폭메모리) 관련 규제 등이 더해질지 주목된다.

美, 엔비디아 H20 대중 수출 허용..블렉웰 기반 AI칩 수출 가능성도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다소 성능을 낮춘 블랙웰 프로세서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며 블랙웰 제품보다 30~50%까지 성능을 낮춘다면 중국 수출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블랙웰은 엔비디아의 최신 GPU(그래픽처리장치)인데 이를 바탕으로 한 AI칩은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블랙웰의 전작인 호퍼 GPU 기반의 H20 칩에 대한 중국 수출을 제한했는데 지난 4월 엔비디아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저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만찬에 참석한 후, 미 정부는 H20의 대중 수출제한 조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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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발전을 봉쇄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제품 등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블랙웰 기반 AI수출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을 갖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성 높은 중국 시장 다시 열린다"…K반도체 기대감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런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중국 데이터센터 등 AI산업들의 억눌린 수요가 튀어 오르면서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H20 수출이 재개된다고 해도 엔비디아가 당분간은 재고 소진을 우선할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재고가 소진된 후엔 제품 생산을 위한 HBM 추가 주문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엔비디아가 비축한 관련 재고가 1개 분기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 정도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3E는 아직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 반도체 제재 완화의 수혜는 SK하이닉스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퀄 테스트 통과를 위해 진력하고 있고, 엔비디아의 대중 수출 확대 및 블랙웰 기반 AI칩에 대한 대중 수출까지 재개될 경우 삼성전자로 수혜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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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기준으론 국내 업체의 판매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 호재로 봐야 한다"면서도 "AI산업 기준으로는 미국의 이런 조치가 중국의 AI기술 발전을 촉진하도록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비수출 불허 상태선 中 기술추격 한계"…미중, 내부 반발 변수

업계에선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 완화가 제품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만큼, 이런 조치가 중국 기업의 기술 굴기를 촉진하는 등 '부메랑'이 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런 조치가 장비 수출 허용으로 이어질 경우 중국 현지 업체들이 HBM 등 반도체 양산 기술을 빠르게 추격할 위험이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제재 완화에 따른 리버스엔지니어링(기존 제품이나 시스템을 분해해 원리를 역으로 분석하는 과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이는 중국이 제재 중에 외국에서 제품을 구매해서도 가능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대중 반도체 수출 재개가 이를 촉진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기우"라고 분석했다.

다만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장비 반입 등이 허용되면 이를 통한 중국의 기술 자립이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런 규제까지 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연합뉴스

한편 미국과 중국 내부의 반발은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H20 대중 수출 승인 재개 소식이 알려진 후 자국의 국영·민간 기업에 보안 우려를 제기하며 "'H20' 칩의 사용을 자제하라"는 통지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고, 중국 관영 언론도 H20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이런 조치가 미국 안보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사기업의 매출액 일부를 정부에 납부하기로 한 조치에 대한 합법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진행 중인 무역 협상도 업계가 주시하는 부분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HBM 수출 재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대중 반도체 제재를 완화하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 하지만 미중 무역 협상 결과 등 후속 조치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어서 당분간 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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