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케데헌' 열풍…지구촌, 한국에 홀리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역설(力說)하던 이 외침이 현실이 됐다. 역설(逆說)적이게도 외국 자본이 만든 K팝을 소재로 한 만화 영화 때문이다.
 
전 세계를 한국 판으로 만들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케데헌). 이 작품에 나오는 '골든'(Golden)은 8월16일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HOT)100 1위에 올랐다. 앞서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TOP)100 정상을 차지한 데 이어 미국과 영국 싱글차트를 동시 석권하면서 진정한 '혼문'을 달성한 것이다.
 
작품상 가상그룹인 헌트릭스(HUNTR/X)의 '골든'은 K팝으로는 9번째로 빌보드 핫100 1위를 기록했다. K팝은 코로나19 기간이던 2020년 9월 'Dynamite'를 시작으로 'Seven'까지 BTS만이 8곡(솔로 2곡 포함)을 핫100 정상에 올려놓았었다. 또 '골든'의 핫100 1위는 K팝 여성 노래로는 최초이며, 전체 걸그룹으로 따져봐도 비욘세가 있던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이후로 24년만이다. 심지어 <케데헌>은 수록된 9곡의 노래 모두를 핫100 차트에 올려놓았다.
 
여기에 영국 톱100 차트에선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13년 만에 1위를 달성했다. 미국과 영국 싱글차트 동시 정복은 K팝 사상 처음이다. 세계 팝시장 천하통일이란 말이 과언이 아니다.
 
'케데헌'은 지난 6월 20일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 전체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케데헌 신드롬'을 일으켰다. SNS에는 춤과 노래를 따라하는 챌린지가 흘러 넘쳤고 음악축제나 클럽은 케데헌 도가니로 변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우리 민화 속 까치, 호랑이가 세계인이 사랑하는 마스코트가 되는 등 세계인의 '한국앓이'는 코리아를 넘어 조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 제공

견디지 못한 세계인들은 한국을 찾아 '케데헌 투어'에 나서고 있다. 영화 속 배경인 낙산성곽길, 북촌한옥마을, 남산타워 등을 찾아 영화의 여운을 느끼고, 김밥과 컵라면, 설렁탕 등 한국 음식을 맛보고,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한국을 만끽한다. 작품에도 등장한 국립중앙박물관은 성지가 되어 7월 관람객이 70만명에 육박하며 지난해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호랑이 캐릭터 핀 등 기념품은 품절 대란이다.
 
<케데헌>의 성공 비결에 대한 여러 견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단순 모방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한국풍이 아니라 한국을 담았다는 분석이다. 과거 헐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던 외계어 같은 한국말이나 폰트가 깨져버린 입체파 한글은 찾아볼 수 없다. 식당 테이블에 휴지를 깔고 수저를 놓거나 소파에 기대어 바닥에 앉는 디테일에서 한국인들은 혀를 내둘렀다. 제작진은 한국 답사에서 보도블록 모양까지 관찰했다고 한다. 이런 '미친 디테일'로 <케데헌>은 진짜 한국을 고스란히 작품에 옮겨오며 작품의 사실성을 극대화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K팝 영화인만큼 한국피들에게 모든 걸 맡겼다. 매기 강 감독을 비롯해 성우, 가수, 작곡가, 프로듀서 등 대다수가 한국인이나 한국계 미국인으로 구성됐다. K팝의 인기를 이끌어온 베테랑들이 대거 참여해 '교수님들의 조별과제'라는 농담도 나왔다.
 
<케데헌>은 이미 속편 제작은 뮤지컬, 실사 영화 제작까지 검토되고 있다. 한국 문화가 빚어낸 황금빛 혼문은 당분간은 지구촌을 튼튼하게 지켜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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