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가 12일 자정 무렵 구속되자, 주요 외신들은 "한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라며 일제히 긴급 타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한국의 전 영부인, 부패 혐의로 구속'이라는 제목으로 김씨가 구속되기까지의 경과를 상세히 전했다.
특히 김씨가 지난 6일 특검에 출석하면서 기자들 앞에서 자신을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하면서도 "김씨는 남편 정권을 괴롭히고 그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일련의 부패 스캔들의 중심에 서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윤 전 대통령 재임 중 검찰이 김씨를 기소하지 않았고 야당이 특별검사 수사를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를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한 사실을 짚었다.
NYT는 윤 전 대통령이 검사 시절 대형 부패 사건을 수사하며 명성을 얻었지만 정치 경력 대부분은 아내와 장모 관련 스캔들로 얼룩졌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과거 공개된 디올백 수수 영상 속에서 남편을 "방귀뀌는 사람", "나 없이는 못한다" 등으로 비하한 발언들도 상세히 소개했다.
AP통신은 법원이 김씨 구속 사유로 '증거 인멸 위험(risk of destroying evidence)'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4월 탄핵된 뒤 계엄령 선포 혐의로 구속된 상태라는 점을 함께 전하며 "형사 혐의로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김씨가 주가조작, 뇌물수수, 불법 영향력 행사 등 다양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사업가·종교인·정치 브로커 등이 연루돼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김씨가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의 참석 당시 착용한 고가의 명품 목걸이를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으며, 특검이 이를 건설사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가디언은 김씨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 부인"이 됐다며, 윤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막후 영향력 행사 의혹과 '디올백 스캔들' 재수사 상황을 조명했다. 또 최근 몇 주 동안 논문 표절을 이유로 김 여사의 석사 및 박사 학위가 잇따라 취소된 사실도 함께 언급했다.
일본 NHK는 홈페이지 상단 헤드라인으로 속보를 내고, 법원이 증거 인멸 우려를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고 전했다. 또 통일교 전 간부로부터 고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이미 구속된 윤 전 대통령과 더불어 '부부 동시 구속'이라는 이례적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미 CNN도 같은 소식을 전하며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시설과 다른 남부구치소에 수감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밤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청구된 김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발부 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