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저학력 美남성에 불리했다…WTO 체제 회귀 어려워"

"미국도 세계화 혜택받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분배 안 돼"
"미국 불만의 근원은 실질 임금 줄어든 고졸 남성들"
"자유무역주의, 트럼프 정책과 일맥상통 않아"
"미국 없는 글로벌 자유무역 구상해야 할 때"
"APEC은 열린 지역주의…보호주의 강화 흐름 극복할 수 있어"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 연합뉴스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더 이상 자유무역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고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과 같은 '열린 지역주의'에 기반한 새로운 체제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는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FKI)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 특별 세션에서 "미국 없는 글로벌 자유무역을 구상하고, 미국이 아닌 다른 시장에 주목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정치·경제 문화가 WTO(세계무역기구)로 상징되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 체제에 반발하는 흐름으로 재편되면서 더는 이전과 같은 체제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세계화에 피 본 美남성들 불만이 '트럼피즘' 낳았다

연합뉴스

로빈슨 교수는 1960년대 이래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전세계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뤘지만, 미국 내 특정 인구가 이같은 변화에 빗겨가면서 서서히 반발 작용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세계화에 대한 반발 작용이 보호무역주의 회귀 현상으로 이어진 데 대해서는 "기존 다자주의 제도가 모든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로빈슨 교수는 보호주의 회귀 현상에 대해 "미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세계화에 따른 혜택을 받았지만 모든 인구 집단에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다. 미국이 가진 불만의 근원"이라고 설명했다.

불만의 근원으로는 실질 임금이 줄어든 인구 집단인 저학력 남성들을 꼽았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주의가 태동하기 전인 1960년대 이전과 지금 시점(2020년대)를 놓고 비교했을 때 저학력 남성(고등학교 중퇴·고졸 등)은 유일하게 실질 임금이 줄어든 인구 집단이었다.

반면 대학 교육을 끝마치거나 그 이상 교육을 받은 남성들은 꾸준히 임금이 상승했다. 여성은 학력 수준에 상관없이 시간이 흐를수록 임금이 올랐다.  

저학력 남성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졌다는 게 로빈슨 교수의 주장이다.

로빈슨 교수는 "이 기간 동안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에서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교역도 증가했다. 미국도 세계화의 수혜를 입었다"면서도 "규칙과 기반 질서가 붕괴하지 않았지만 어떤 미국 시민들은 이 기간 동안 혜택을 받지 못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등교육 받지 못한 남성들의 실질임금은 1970~80년대 이후 낮아졌고 노조 가입률도 줄었다. 저처럼 대학 교육 이상을 받은 남성들의 임금은 확 늘어났다"며 "세계화 때문만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론 세계화 때문이고 이 기간 동안 급격히 세계화가 일어난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APEC이 대안일까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 차관이 1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APEC 여성경제회의(WEF) 민관합동정책대화(PPDWE)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로빈슨 교수는 "전통적인 세계무역주의 구조는 현재 미국의 정치 상황과 호환되지 않는다"며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심의 세계무역주의가 쇠퇴하면서 그 대안으로 열린 지역주의를 지향하는 APEC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빈슨 교수는 "미국 없는 글로벌 자유무역을 구상하고, 미국이 아닌 다른 시장에 주목해야 할 때"라며 "자발성, 개방성, 비구속성, 합의 기반 협력이라는 APEC의 열린 지역주의 원칙이 다자주의 쇠퇴와 보호주의 강화라는 글로벌 흐름을 극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APEC이 '국가' 대신 '경제체' 개념으로 운용된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더 유연한 정체성이 필요한 시대에 새로운 글로벌 아키텍처 구축을 구상하는 데 유럽연합(EU)보다 더 적합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거 부연했다.

한편 PECC는 정부, 기업,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경제협력체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정책적 해법을 제시하는 APEC의 싱크탱크이자 공식 옵서버다.

32회차를 맞는 올해 총회는 20년 만에 한국이 APEC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에서 열렸으며 △글로벌 통상 환경 및 세계 경제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및 지속 가능한 번영의 실현△아태지역 협력을 위한 향후 과제 4가지를 주제로 세션이 진행됐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