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사 여천NCC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부각된 가운데, 이 회사의 주주사 중 한 곳인 DL그룹이 일단 지원 자금 성격의 2천억 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다른 공동주주사 한화에 이어 DL그룹도 '여천NCC 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부도 위기는 넘길 것으로 보이지만, DL그룹은 한화와 함께 마련하는 자구책에 근거해 정확한 자금 투입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변수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여천NCC의 지분 50%를 보유한 DL케미칼은 11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는 사실상 모기업인 DL그룹에 대한 자금 지원 요청으로, DL그룹은 오후 이사회에서 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DL과 대림이 DL케미칼의 주식 2천억 원 어치를 취득하는 방식이라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지난주까지 DL그룹은 부도 위기에 놓인 여천NCC에 대한 조속한 자금 투입에는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사태가 석유화학 업계의 도미노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일단 긴급 자금은 마련하는 모양새다.
다만 DL케미칼이 유상증자로 조달한 2천억 원을 곧바로 여천 NCC에 투입하는 건 아니라는 게 회사 관계자 설명이다. DL케미칼은 "한화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여천NCC에 대한 경영상황을 꼼꼼히 분석한 뒤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과 제대로 된 자생력 확보 방안을 도출해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단 자구책 마련이 우선돼야 긴급 자금 투입 규모도 결정될 것이라는 의미인데, 업계 관계자는 "일단 자금 마련으로 방향이 잡힌 만큼, 단기 부도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나프타 분해설비를 인수해 1999년 12월 28일에 설립된 회사다. 전남 여수시에 주요 제조시설을 두고 석유화학제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 중이다.
여천NCC는 오는 21일까지 당장 360억 원 규모의 운영자금이 필요하며, 이달 말까지는 카드대금과 회사채 상환 등 용도의 자금까지 포함해 1800억 원을 구해야 하는 상황으로 파악됐다.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디폴트가 불가피하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올해 연말까지로 시계를 넓히면 필요 자금은 3천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여천NCC의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이 회사에 대한 1500억 원 규모의 자금 대여를 승인했다. 한화 측은 주주사가 각각 1500억 원을 지원해 책임 경영 차원에서 자구책을 실행하면 연말까지 여천NCC의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조속한 회생 지원 작업을 시도 중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DL그룹 측은 지난 주까지 "어떤 이유에서 유동성에 어려움이 발생했는지, 정확한 경영 상황이 어떤지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