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사 여천NCC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부각된 가운데, 여천NCC의 공동 주주사인 DL그룹이 11일 이사회를 열어 자금 지원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당초 DL그룹은 추가 자금 지원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류가 변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DL케미칼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모회사인 DL그룹 측에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DL그룹은 오후 2시에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단기적으로 부도 위기에 놓인 여천NCC를 일단 살리기 위해 자금을 투입할지 여부를 결정짓기 위한 논의가 발빠르게 이뤄지는 모양새다.
DL그룹은 직전까지는 여천NCC의 경영 상황 파악이 우선이라며 조속한 자금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천NCC의 위기 상황이 석유화학 업계의 도미노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기류가 급변한 것으로 보인다.
여천NCC는 오는 21일까지 당장 360억 원 규모의 운영자금이 필요하며, 이달 말까지는 카드대금과 회사채 상환 등 용도의 자금까지 포함해 1800억 원을 구해야 하는 상황으로 파악됐다.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디폴트가 불가피하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올해 연말까지로 시계를 넓히면 필요 자금은 3천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여천NCC의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이 회사에 대한 1500억 원 규모의 자금 대여를 승인했다. 한화 측은 주주사가 각각 1500억 원을 지원해 책임 경영 차원에서 자구책을 실행하면 연말까지 여천NCC의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조속한 회생 지원 작업을 시도 중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DL그룹 측은 지난 주까지 "어떤 이유에서 유동성에 어려움이 발생했는지, 정확한 경영 상황이 어떤지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여천NCC에 대한 증자, 또는 자금 대여는 합작 계약에 따라 양대 주주 가운데 한 쪽만의 단독 결정이 어려운 구조다. 이에 한화솔루션의 1500억 원 자금 대여 결정조차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나프타 분해설비를 인수해 1999년 12월 28일에 설립된 회사다. 전남 여수시에 주요 제조시설을 두고 석유화학제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으로 업황 사이클에 따라 연간 3천억 원에서 1조 원대의 이익을 내기도 했으나, 2022년 3477억 원, 2023년 2402억 원, 지난해 236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전남 여수 3공장이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