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좌타자 김현수(37·LG)가 통산 2500안타를 천금의 2루타로 장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현수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한화와 홈 경기에서 5타수 3안타의 불방망이로 2 대 1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연장 10회말 1사에서 값진 2루타를 날려 결승점의 발판을 놨다.
이날 승리로 LG는 한화를 2경기 차로 제치고 단독 1위를 질주했다. 올해 가을 야구, 특히 한국 시리즈(KS)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한화를 상대로 올해 6승 4패 1무의 우위를 지켰다.
10회말 2루타는 김현수의 통산 2500번째 안타였다. 팀 승리로 연결된 2루타가 KBO 리그 통산 4번째 2500안타라 더 값졌다.
사실 김현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2500안타에 4개를 남겼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3일 삼성과 경기에서 나온 실책을 김현수의 안타로 기록을 정정했다. 이날 3안타를 몰아치며 단숨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는 미리 보는 KS답게 팽팽했다. LG 임찬규가 7이닝 1실점, 한화 류현진이 6이닝 무실점 등 선발 투수들이 호투를 펼쳤다. 5회초 한화가 손아섭의 적시타로, 7회말 LG가 오스틴 딘의 적시타로 1점씩을 냈다.
승부는 연장으로 흘렀다. 1 대 1로 맞선 10회말 한화 마무리 김서현은 LG 4번 타자 문보경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최근 부진해도 올해 24세이브로 한화의 뒷문을 책임지는 마무리다웠다.
하지만 1사에서 김현수의 관록이 빛났다. 김현수는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체인지업을 잇따라 파울로 걷어내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이에 김서현이 3개 연속 볼을 던지며 풀 카운트에 오히려 몰렸다. 김현수는 8구째 체인지업을 통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냈다.
단숨에 득점권을 만들며 임무를 마친 김현수는 대주자 손용준과 교체됐다. 기세가 오른 LG는 오지환의 2루타, 박동원의 고의 4구로 만든 1사 만루에서 대타 천성호가 한화 내야진의 전진 수비를 뚫는 중전 안타로 경기를 끝냈다. 짜릿한 역전승 뒤 김현수는 후배 천성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경기 후 김현수는 "2500안타보다 팀이 이긴 것에 만족한다"고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경기 전에 기록이 정정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2500안타는 시간이 지나면 달성한다고 생각했다"면서 "10회말에도 2499안타인 걸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였다. 김현수는 "(박)해민이가 경기 전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하던 대로만 하면 결과는 알아서 따라올 것이라 했다"면서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1, 2위 대결 승리 원동력을 짚었다. 이어 "아직 1위를 안심하기 이르고,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면서 "내일, 모레도 한화와 대결하고 많이 경기가 남아 있다"고 긴장을 풀지 않았다.
결승타를 때린 천성호에게도 조언을 해주는 노련함을 보였다. 김현수는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데 성호가 '김서현 공 어때요?'라고 묻더라"면서 "그래서 체인지업이 좋고 직구는 높게 오면 노려치라고 해줬다"고 귀띔했다. 과연 천성호는 초구 직구를 때려 결승타로 연결했다.
2500안타 달성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현수는 "그저 건강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면서 "2500개 안타 달성은 꼭 홈에서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지금의 김현수가 있기까지 보살펴준 스승에 대해서도 진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김현수는 "두산 시절 나를 키워주신 분이 한화 김경문 감독님이신데 공교롭게도 감독님 앞에서 치게 됐다"면서 "김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지금까지 나를 가르쳐주신 모든 감독님들께도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김현수는 2006년 육성 선수로 두산에 입단했지만 이듬해 김 감독이 전격 발탁하면서 리그 최고의 안타 기계로 거듭났다. 이후 김현수는 메이저 리그(MLB)에도 진출해 2시즌을 보냈다. 만약 KBO 리그에서만 있었다면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도 김현수는 타율 3할8리 112안타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