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제조업 보호' 중심 무역 전략을 기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로 규정했다.
7일(현지시간) 그리어 대표는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의 무역 대표: 국제질서를 재편하는 이유(Trump's Trade Representative: Why We Remade the Global Order)'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도입된 브레턴우즈 체제와 이후 WTO 설립으로 이어진 우루과이라운드 등,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해온 기존 세계 무역 질서를 개혁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WTO를 166개 회원국의 무역정책을 규율하도록 설계된 체제이지만,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체제 아래서 미국은 산업 일자리와 경제 안정을 잃었고, 다른 국가들은 필요한 개혁을 실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국영기업과 5개년 계획을 운영하는 중국이 최대 수혜자였으며, 지난 10년간 세계 각국에서 WTO 체제가 각국의 필수 이익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리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발표한 상호관세 조치를 계기로 각국과 진행한 무역 협상을 '트럼프 라운드'로 지칭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세계 무역 질서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7일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발표한 미국·EU 무역 합의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균형 잡혔으며 국익에 부합하는 역사적 합의"라고 설명하면서 "턴베리에서 새로운 경제 질서가 확고해졌고, 현재 실시간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있는 소비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라는 당근과 '관세'가 채찍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불과 몇 개월 만에, 수년간의 WTO 협상에서 얻은 것보다 더 많은 해외 시장 접근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여러 국가도 미국과의 경제 관계를 더 지속 가능하게 재조정할 필요를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EU 외에도 영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필리핀, 한국, 태국, 베트남 등과 체결한 무역 합의를 들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15% 관세와 함께 미국의 자동차 기준을 수용했고, 3500억 달러를 미국 제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며 "비(非)시장 경쟁으로 쇠퇴한 미국 조선 산업 재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른 나라들이 무역 협상에서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다"며 "미국은 합의 이행을 면밀히 감시하고, 위반 시 더 높은 관세를 신속히 재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