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의제 조율에 나선 가운데, 미국 측의 '동맹 현대화' 요구를 받아든 한미동맹이 중대한 갈림길 위에 섰다. 이재명 정부로서는 동맹을 고려해 미국의 요구에 어느 정도 호응하되, '레드라인'을 정해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달말 정상회담서 동맹 현대화 테이블 수순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말쯤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의제는 '동맹 현대화'다. 북한의 위협에 초점이 맞춰진 주한미군의 성격을 변화된 국제환경에 맞춰 재조정하는 작업으로, 국방비 증액과 주한미군 재배치 등의 논의를 아우른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견제에 한국이 동참하라는 압박으로도 연관된다.한국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이 유사시 한반도 외 지역에 투입되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논의가 정상회담에서 구체화할지도 주목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31일 한미 외교장관회담 직후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은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주한미군 재조정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대만 해협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지난 한미 외교장관회담 후 미국 국무부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우리 외교부는 '인태(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라고 표현을 달리했지만, 대만 문제가 공통적으로 언급됐기 때문이다.
"中이 이웃 국가에 문제" 발언 배경도 美압박?
이런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4일 공개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웃 국가에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이례적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우리는 중국이 남중국해와 서해에서 해온 일을 봤다"며 "경제적으로도 중국은 너무 잘, 너무 빠르게 발전해 경쟁자가 됐다. 우리는 중국의 부상과 도전을 꽤 경계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지만, 외교수장이 역내 긴장의 원인으로 중국을 콕 집어 지목한 것은 드물다는 평가다.
주한중국대사관은 즉각 "중국은 주변국들과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국제 관계의 기본 규범도 일관되게 수호해왔다"고 반발했다. 정부는 "한중간 일부 사안에 이견이 있더라도 민생 및 역내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는 한중관계를 만들기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는 취지"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례적 발언의 이면에는 대중견제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압박 수위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이번 조 장관의 인터뷰는 돌발 발언이 아닌 정부와 조율된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韓은 한반도 방어에 집중"…레드라인 설정해야
이처럼 국방비 인상과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 등 전방위적으로 동맹 현대화에 관한 미국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을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즉 주한미군이 인태지역 분쟁에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일부 수용하되, 대신 우리군은 제3국과의 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한국의 고유 위협인식을 인정받아야 한다"며 "한국은 북한의 위협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한국군은 북한의 위협을 막는데 집중해 지역 분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설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