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드론사령관 "드론 전력 증강은 국가 생존의 문제"

이보형 전 드론작전사령관. 연합뉴스

이보형(예비역 육군 소장) 전 드론작전사령관은 5일 "시간이 전투력을 좌우하는 드론(무인기) 분야의 특성을 반영해 신속배치가 가능한 패스트트랙(Fast Track) 체계를 확대하고 이를 조달 체계의 중심축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날 CBS노컷뉴스에 보내온 기고문에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드론 전력의 획기적 증강은 단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저비용의 '작고 똑똑한 드론'이 극소음속 미사일이나 고속 비행체보다 더 빠르게 전장을 바꾸는 존재가 됐다고 규정한 뒤, 이런 변화에 가장 기민하고 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우크라이나라고 지적했다.
 
미군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주도로 드론의 운용 권한을 전투부대 단위로 분산하거나, 상업용 드론의 군 운용을 허용하는 'Blue UAS 인증제도'를 확대하는 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4월 'Bravel Market'이라는 온라인 무기 구매 플랫폼을 출범시키는 등 한 차원 앞선 혁신에 나섰다.
 
이 플랫폼은 일선 지휘관들이 드론이나 전자전 시스템 등을 직접 검색·구매할 수 있는 일종의 '아마존 방식'의 군용 조달 플랫폼으로, 군 지휘관이 '전과 포인트(Battle Point)'를 통해 물자를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무기 구매 결정을 현장에 위임하고 공급은 민간 기술 생태계에 맡기는 구조로, 무기 조달을 행정에서 시장으로 완전히 이동시킨 모델로 평가된다.
 
이 전 사령관은 이들 국가는 드론을 이미 전력의 핵심 플랫폼으로 삼고 혁신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20여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부터 '송골매(RQ-101)' 같은 국산 군용 드론을 개발해 기술적 기반을 다졌지만 더 이상 활성화·첨단화되지 못하고 수출로도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방산비리 프레임에 갇힌 의사 결정 구조는 조심스러움만을 키웠고, 그 결과 군은 '실패하지 않는 선택'만을 찾다가 변화를 놓쳤다"고 K-드론의 정체 이유를 짚은 뒤 "더 이상 절차를 중심에 두지 말고, 전장을 중심에 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전 사령관은 육사 46기로 임관해 항공작전사령관에 이어 초대 드론작전사령관을 역임하다 지난해 5월 갑자기 교체돼 전역했다. 그 후임은 '평양 무인기 침투사건' 등과 관련해 내란·외환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는 김용대 전 사령관이다.

그는 언론 기고 취지에 대해 "최근 드론작전사령부를 둘러싼 논란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건 그것대로 하되 드론 전력 증강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보형 전 드론작전사령관 기고문
세계는 지금 '드론 전쟁'의 시대에 돌입했다. 고속비행체, 극초음속 무기보다 더 빠르게 전장을 바꾸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작고 똑똑한 드론'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드론의 위상은 감시·정찰을 넘어, 지휘소 타격·기갑전력 무력화·항공기 파괴 등 실제 전투의 핵심 전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 흐름을 기민하게 읽고, 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국가 중에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있다.
 
2025년 7월, 미국 국방장관 펫 헤그세스는 국방부 내부에 비공개 메모 하나를 배포하며 군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그는 "우리는 수년 동안 관료주의의 붉은 테이프에 발이 묶여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라는 정책전환을 의미하는 강경한 어조로 서두를 열며, 미국이 더는 느리고 비효율적인 조달 체계에 머무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메모는 단순한 지시문이 아니라, 유인 중심의 작전 체계를 드론 중심의 유무인 복합체계로 전환하겠다는 명백한 전략적 선언이었다.

그가 내세운 변화의 핵심은 빠르고 과감했다. 우선, 복잡한 무기 획득 절차를 대폭 줄여 전투 부대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드론을 도입해 실험할 수 있도록 했고, 효과가 입증되면 전군에 확산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어서, 크고 비싼 플랫폼 대신 수천 대의 소형·저비용 드론을 확보해 각 전투부대 단위로 운용권한을 분산시켰다. 훈련체계에도 드론을 통합해, 전투병은 물론 정비·통신·작전요원 모두가 드론을 기본 작전도구로 활용하도록 개편하였다. 더불어 보안조건만 충족시킨다면 상업용 드론의 군 운용을 허용하는 'Blue UAS 인증제도'를 확대하고, 중국산 부품은 원천적으로 배제해 자국 산업 보호와 안보를 동시에 확보하는 이중 전략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군 조달 체계 자체를 시장의 논리로 전환하는 과감한 실험에 나섰다. 전면전이 장기화되며 수요는 폭증하고, 기존 국방획득 방식은 전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2025년 4월 'Brave1 Market'이라는 온라인 무기 구매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이 플랫폼은 전방 부대 및 지휘관들이 필요한 드론, 로봇, 전자전 시스템 등을 직접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군용 '전자상거래 시스템'으로 일종의 '아마존 방식'의 군용 조달 플랫폼이다. 상품 카탈로그에는 1천여 개 이상의 군용 장비나 무기가 등록되어 있으며, 군 지휘관이 'Battle Points(전과 포인트)'를 통해 즉시 물자를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판매자는 주로 스타트업, 민간 기술기업, 국방벤처 등이며, 군은 이들을 '공급자'로 간주하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휘관이 드론이나 재밍 장비, 센서, 탄도 계산기, 전자전 플랫폼이 필요하면 Brave1 Market을 통해 직접 검색하고 구매하여 실시간 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구매 결정을 현장에 위임하고, 공급은 민간 기술 생태계에 맡기는 구조로, 무기 조달을 행정에서 시장으로 완전히 이동시킨 모델이라 평가받는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Brave1 Market이 단지 등록된 제품을 보여주는 전시장이 아니라, 실제 임무 수행 후 전과에 따라 보상 포인트를 지급하는 '성과 기반 무기 구매' 모델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즉, 드론 운용 병사가 적 전차 1대를 파괴하면 일정 포인트를 얻고, 이 포인트로 다시 새로운 무기를 Brave1 Market에서 주문할 수 있다. 무기 구매와 전과 보상이 실시간으로 연결되며, 효율성과 실전성이 극대화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렇듯 세계는 이미 드론을 단순한 장비가 아닌 전력의 핵심 플랫폼으로 삼고 혁신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떤가.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송골매(RQ-101)와 같은 국산 군용 드론을 개발해 자체 운용에 성공하며 기술적 기반을 다졌지만, 이 기술력이 더 활성화·첨단화 되지 못하고 해외 수출로도 이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현재 국내에서 개발 생산하여 보유한 드론 전력은 20년 전과 거의 다르지 않다. 송골매, 사단급 UAV, 리모아이 같은 정찰 중심의 드론이 여전히 주축을 이루며, 중고도 UAV, 차기 군단 UAV 등은 이제 겨우 양산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수준이다. 더구나 공격형 드론, 군집 드론, AI 기반 자율운용 드론 등은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나, 운용 개념조차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다.

문제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방산비리 프레임에 갇힌 의사결정 구조는 조심스러움만을 키웠고, 그 결과 군은 '실패하지 않는 선택'만을 찾다가 변화를 놓쳤다. 군수조달체계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민간 스타트업이 국방 조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 작전에 필요한 드론을 구비하는 대신, 소요제기서와 예산심사, 시험평가 등 무기 획득의 행정적 절차에 발이 묶인 채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전장은 이미 바뀌었는데, 우리는 왜 아직도 바뀌지 못하는가.

우리 군이 취해야 할 길은 명확하다. 더 이상 절차를 중심에 두지 말고, 전장을 중심에 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시간이 전투력을 좌우하는 드론 분야의 특성을 반영하여, 신속배치가 가능한 Fast Track 체계를 확대하고 이를 조달 체계의 중심축으로 재편해야 한다. 나아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학계가 자유롭게 기술을 제안하고 군이 실전에서 이를 시험해볼 수 있는 한국형 Brave1 Market을 도입해야 한다. 유사시 민간 드론 자산과 인력을 전시 동원체계로 편입할 수 있는 법적 기반도 마련해야 하며, 무엇보다 드론을 단순 장비가 아닌 '작전 플랫폼'으로 이해하고, 전략 기지 설치 및 부대 구조 개편과 같은 총체적 전환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드론 전력의 획기적 증강은 단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다. 미국은 관료주의를 걷어냈고, 우크라이나는 전시 상황에서도 민간 기술을 실전에 끌어들여 전장을 혁신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검토 중'이라는 이름 아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전쟁은 이미 바뀌었다. 우리도 바뀌지 않으면, 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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