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
동명의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 '신과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신화를 기록한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가 이번에는 동명의 웹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글로벌 메가 히트 IP(지식재산권)인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의 영화 제작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을 비롯한 여론이 집중됐다.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각종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설전이 이어지는 등 영화 '전독시'의 모든 행보는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만큼 원작 팬덤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이미 '신과함께' 영화화로 이런 과정을 겪어봤던 '전독시'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방대한 세계관과 설정으로 가득한 활자 매체를 2시간짜리 영상 매체라는 완전히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는 데에는 '선택'과 '집중'은 필수불가결이라고 했다.
과연 원동연 대표는 '전독시'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하고 싶었을까.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을까. 영화 개봉을 앞두고 리얼라이즈픽쳐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사무실 한쪽 책장에는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이 꽂혀 있었다. 이를 가리키자 그는 자신 역시 "원작의 팬"이라며 웃었다.
원작 팬 제작자를 사로잡은 '설정'
▷ 원작 웹소설은 어떻게 알게 됐고, 웹소설의 어떤 점이 영화화하기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건가?
원동연 대표(이하 원동연)> 웹툰이 나오기 전 웹소설을 읽었는데, 너무 재밌었다. 주인공이 모든 보물섬 지도를 갖고 보물섬을 찾아가는 친구, 혼자 모든 걸 아는 친구였다. 인생을 살면서 다음 주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세상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게 또 생존과 관계가 있다. 정답을 아는 인물이 멸망하는 지구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라는 설정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 모든 걸 다 아는 듯한 김독자라는 인물은 어떤 점에서 눈길을 끄는 캐릭터였나?
원동연> 코로나19, 홍수나 폭염 등 다양한 기후 재난, 지진 등 지금 '멸망'이란 단어에 대해 사람들이 막연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멸망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나만 정답을 알고 있다면? 나 같으면 나 살기 급급할 거 같다.(웃음) 그런데 독자는 남을 도와준다. 이러한 캐릭터의 매력도 있는 것이다.
지금 동시대 살아가는 젊은 친구들이 불행하다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심각한 양극화다. 요즘은 이를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주인공 김독자는 홀어머니에, 좋은 대학을 나오지도 않고, 게임회사 비정규직 사원으로 살아간다.
한 번도 주목받아 본 적 없는 인물이 동료와 함께 멸망해 가는 세상에서 생존해 나간다는 게 동시대를 사는 젊은 친구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았다. 모두, 다시 말해 모든 독자 의미 있는 사람이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에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관객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 '글'이라는 매체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그만큼 독자들은 자기만의 상상으로 활자로 펼쳐진 세상을 구현해 나간다. 그런데 영상은 '보는' 매체인 만큼, 어떻게 보면 상상력이 제한되는 매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글을 영상으로 재창작한다는 건 큰 어려움이 따른다.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경험해 본 제작자로서 영상이 아닌 글로 된 IP를 영상 매체로 옮길 때 주의해야 할 점, 신중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원동연> 우선, 웹툰이나 웹소설은 굉장히 개인적인 매체다. 혼자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고, 특히 웹소설은 각자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상상한다. 그러나 영상은 값이 주어진다. 자신의 상상이 실제로 구현된 것과 다르게 구현되는 게 많다 보니 거기서 오는 괴리감은 있을 수밖에 없다. 단, 세계관과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으면 영상적으로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웹툰이나 웹소설은 일주일에 걸쳐 봐도, 하루에 몰아봐도 상관없지만, 영화는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이야기를 완결해야 한다. 각색할 때 세계관과 메시지가 원작 작가님이 생각한 것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2시간이란 제한된 시간 안에 한 공간에 관객들을 몰아넣고 집중시키기 위해 필연적으로 각색될 수밖에 없다.
'선택' 그리고 '집중'
▷ 원작은 동서양의 신화, 설화 등을 차용한 성좌 시스템을 각 인물과 서사에 녹여낸 점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배후성이라는 설정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거나 주요하게 나오진 않았다. 배후성 시스템을 압축한다는 게 아쉽지는 않았나?
원동연> 프랜차이즈의 숙명은 1편에서는 필연적으로 이이기가 어떤 세계관과 어떤 메시지 어떤 미션을 갖고 있고 각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설명해야 한다. 원작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방대하고 설명해야 할 내용이 많은 배후성, 성좌에 관해 설명할 경우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우리는 2시간 안에 캐릭터와 세계관, 메시지를 설명하고, 이야기를 한 편만 봐도 완결될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영화를 보면 스피디하게 진행된다. 성좌와 배후성이 있다는 전제만 설정하고, 실제로 보여준 건 정희원과 이현성뿐이다.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 배후성 관련해서 이지혜 캐릭터와 관련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을 거다. 영화를 보면 왜 이지혜에게 총을 들려줄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
원동연> 영화를 봐서 알겠지만, 이순신 장군이 배후성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잠깐 나오는 이지혜가 유의미한 행위를 하기 바랐다. 우리 영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주인공 일행을 구하고, 가장 큰 위기에서 위기를 타파하는 유의미한 캐릭터가 되길 바란 것이다. 그런데 그게 영화 속 미션 해결 과정을 보면 알겠지만, 칼로는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영화를 보면 제작진이 지혜 캐릭터에게 저런 역할을 주려고 총을 줬구나 이해할 거라 본다.
'영화' 전독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 제작자로서 이번 '전독시' 제작 과정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던졌던 작업은 무엇인가?
원동연> 제작자로서 가진 숙명 같은 숙제가 있다. 관객들이 지금 이 시기에 필요로 하고, 보고 싶어 하고, 원하는 이야기를 잘 만드는 게 숙제다. 그런 면에서 '전독시'도 지금 시대 사람들이 원하는 이야기라고 본다.
우리 영화에 '각자도생'이란 말이 많이 나온다. 양극화하고 각자도생이 된 사회에서 개인주의가 강화된 사회에서 연대하고 협력한다는 게 울림이 있지 않을까. 이를 교조적이거나 계몽적이지 않게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젖어 들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고민이었다.
▷ 예비 관객들에게 영화 '전독시'가 갖는 매력은 무엇인지 홍보해달라.
원동연> 원작 작가님이 영화롤 보시고 감독에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다고 문자를 했다고 들었다. 우리가 한 선택과 집중이 모두 다 원작에 기반한다. 기본적으로 나와 감독이 원작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팬이다. 그런 사람들이 만든 영화인만큼 애정을 갖고 봐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