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상병 순직과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순직해병 특검이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사용하던 비화폰 통신 기록을 확보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5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연 정례브리핑에서 "특검은 최근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윤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비화폰 통화내역을 제출받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3년 7~8월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내역을 확보한 것"이라며 "이들이 이 시기에 서로 주고받은 연락은 일부 확인됐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김건희씨가 사용하던 비화폰 실물도 확보했지만 해당 비화폰은 초기화된 상태였다.
정 특검보는 "김 여사가 사용하던 비화폰은 한 대로 파악하고 있고, 이미징 포렌식을 통해 삭제된 내용을 복구할 수 있을지 시도해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까지 사용한 것으로, 김 여사가 마지막까지 사용했던 비화폰"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비화폰 통신기록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기록 회수에 관여했는지를 비롯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로비 관여 의혹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전 대변인은 지난 2023년 7월 30일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자리에 배석했다. 특검팀은 'VIP 격노설'이 제기된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이후 이 전 장관의 지시로 해병대 조사단의 초동조사 결과 언론 브리핑이 취소된 경위 등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내부에서 회람된 '해병대 순직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 문건'의 작성·배포 경위도 물을 예정이다.
정 특검보는 "국방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표명하는 역할을 고려할 때 전 대변인이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당시 받은 지시 사항, 여러 회의에 참석해 함께 논의한 사항 등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특검팀은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언론 브리핑을 준비했던 이영균 당시 해병대 안전단장(대령)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해병대 안전단은 해병대 재난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사령부 직할부대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격노 회의에 참석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오는 6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김 전 장관이 구속 상태인 점을 고려해 서울동부지검에 조사실을 마련했지만 김 전 장관 측은 아직 특검조사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채상병이 속한 부대의 지휘관이었던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달에 이어 오는 7일 2차 조사를 진행한다.
이밖에 특검팀은 전날 이종섭 전 장관의 도피성 출국 의혹 수사의 일환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부·외교부 장·차관을 지낸 주요 인사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는데 특검팀은 압수수색 당사자들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