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격하되자, 그동안 AI교과서 전면 도입을 반대해왔던 수도권 교육감들이 환영의 뜻을 밝혔다.
4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AI교과서를 교육자료화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교과서의 정의를 법률에 직접 명시하고, 교과서의 범위를 도서 및 전자책으로 제한했다. AI교과서와 같은 '지능정보 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는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했다.
그동안 AI교과서 도입을 정면으로 비판해 온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학교 현장에선 이미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수업을 하고 있다"며 "AI교과서를 강요해선 안 되며, 학교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임 교육감은 보수진영 원로임에도 윤석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AI교과서 전면 도입에는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실제 교육 환경을 따라오지 못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나 운영체계의 호환 문제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돼서다.
특히 임 교육감이 이끄는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지난 2023년 AI 기반의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하이러닝을 통해 일선 교사들이 자체 제작한 교육 콘텐츠 80만여개와 EBS 교육 콘텐츠 7만여개를 과목 및 학생 특성에 맞춰 활용할 수 있어서 AI교과서 도입 필요성이 더욱 떨어진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역시 대화와 토론, 체험 중심의 수업으로 교육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교육감은 "문해력 저하, 교육불평등 심화, 교육가치 훼손 등의 이유로 현장에서 많은 우려가 있던 AI디지털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된 법안이 처리된 것을 환영한다"며 "지난 정부에서 교사들에게 외면 받은 대표적인 정책중 하나가 AI디지털교과서 였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만나본 대부분의 교사들은 AI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를 '교과서'라는 이름으로 교육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하기 위한 현장 교사에 대한 설명과 정책적 준비, 효과 검증 등이 부족했었다"고 말했다.
도 교육감은 "진정한 배움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소통과 교감 속에서 이루어지고 교과서를 비롯한 각종 수업자료들은 그 관계를 잘 조직해서 배움이 일어나게 하는 교육적 수단"이라며 "인천시교육청은 대화와 토론, 체험과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을 미래교육의 핵심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올해 3월에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처음으로 AI교과서를 도입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 유출이나 유해매체 접속, 과몰입과 같은 부작용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인프라 역시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졸속 추진이라는 지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