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한 시대가 저물었다. '캡틴' 손흥민이 떠나면서 이른바 'DESK 라인'이 완전히 해체됐다.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 해리 케인으로 이어지는 'DESK 라인'은 과거 토트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핵심 공격진이다.
'DESK 라인'은 2016-2017시즌 EPL에서 토트넘이 최다 득점 팀으로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일구는 데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2020년 1월 에릭선이 인터 밀란(이탈리아)으로 이적하면서 'DESK 라인'은 해체됐다. 이어 2022년 1월에는 알리가 에버턴(잉글랜드)으로, 2023년 8월에는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떠나면서 손흥민 혼자 토트넘에 남게 됐다.
이들이 토트넘을 떠난 이유는 우승을 위해서다. 2008-2009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무관이 길어지는 토트넘에서는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알리는 기량 저하로 주전 경쟁에서 밀려 이적했다.
에릭센과 케인은 토트넘은 떠난 뒤 간절히 바랐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에릭센은 2020-2021시즌 인터밀란에서 세리에A 우승에 기여했고, 2023-2024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에 힘을 보탰다. 케인은 2024-2025시즌 뮌헨이 분데스리가 정상에 올라 생애 첫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손흥민도 우승이 간절했다. 2010년 함부르크(독일)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그는 줄곧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뒤에도 무관 탈출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24-2025시즌 마침내 꿈을 이뤘다. 토트넘이 UEFA 유로파리그(UEL) 정상에 오르면서 생애 첫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DESK 라인에서 홀로 남아 토트넘을 우승으로 이끌어 의미를 더했다. 2015년부터 무려 10년 동안 토트넘에서 뛴 손흥민이 구단 레전드로 평가받는 이유다.
그런 손흥민도 결국 토트넘을 떠난다.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잉글랜드)과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는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경기가 됐다.
자국에서 치른 토트넘 고별전은 손흥민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손흥민은 "너무 행복한 경기를 했다. 정말 잊지 못할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오늘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잠을 못 잘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반 20분 무함마드 쿠두스와 교체되며 고별전을 마친 손흥민은 동료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고,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벤치로 향했다. 경기 후에는 모든 선수가 모여 손흥민을 향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헹가래를 쳤다.
상대 팀 감독으로 손흥민을 만난 에디 하우 뉴캐슬 감독도 "손흥민은 EPL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라면서 "그의 성격과 태도는 영국에서도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됐다"며 박수를 보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손흥민은 토트넘에서의 10년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한 시대를 풍미했던 'DESK 라인'은 완전히 해체돼 역사 속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한편, 손흥민의 차기 행선지로는 LAFC(미국)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손흥민은 "(1년 남은 북중미 월드컵은) 저에게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행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