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쉬운 결과가 아니었다"며 "조선업 협력안(M.A.S.G.A.)이 판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8년 한미 FTA 재협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유 전 본부장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 출연, 미국 측에 조선업 협력을 설득력 있게 제안한 것이 협상의 전환점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M.A.S.G.A., 조선업 협력을 우리의 기회로 포착해 미국에 설득력 있게 제시한 것은, 그 순간부터 '미국이 한국은 협상할 만하다'고 판단하게 만든 주요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은 "단순히 말로만 설명한 게 아니라 1m짜리 패널을 준비했다"며 "한미 양국에서 어느 지역에서 조선 생산이 가능한지, 우리가 얼마나 투자할 수 있는지, 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가능한지를 아주 구체적인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해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순간 러트닉 장관이 '이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만한 거다. 계속 발전시켜보자'는 생각을 틀림없이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 자동차에 15%의 관세가 부과된 데 대해 유 전 본부장은 "FTA 체결국으로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조건에서 선방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자동차 빅3가 다 진출해 있는 FTA 체결국인 멕시코조차도 현재 15% 수준"이라며 "한국에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FTA 프리미엄이 반영되지는 못했지만, 15% 역시 어렵게 도출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쌀 시장 개방 여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정부가 '추가 개방은 없다'고 했던 발표를 신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우리 정부의 공식 발표와 그 약속을 명시한 문서, 그리고 실제 이행 과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쌀 개방 문제는 일단 약속하면 뒷감당이 어려운 만큼, 정부가 '안 했다'고 말한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