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들의 새벽을 책임졌던 '캡틴' 손흥민(33)이 토트넘을 떠난다. 손흥민의 경기를 지켜보며 밤참을 설쳤던 팬들은 아쉬운 마음으로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다.
손흥민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뛰었던 토트넘과의 작별을 고했다. 아직 차기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를 떠나는 것도 확실하진 않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가 차기 행선지로 굳혀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손흥민이 "(1년 남은 북중미 월드컵은) 저에게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미국행에 더욱 힘이 실렸다.
EPL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리그 중 하나다. 특히 손흥민이 활약한 토트넘은 한국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텔레비전 앞에서 밤잠을 설치며 손흥민의 골 소식을 기다렸고, 열렬한 응원을 보내왔다.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 뉴캐슬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 사실상 손흥민의 '토트넘 고별전'이 된 이 경기를 보기 위해 6만4773명의 구름 관중이 운집했다.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라서 팬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손흥민이 EPL 무대를 떠나면 한국 팬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3월 총 4200억 원에 EPL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쿠팡플레이 입장에서도 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PL에서 뛰는 한국 선수가 손흥민뿐인 건 아니다. 2021년 여름부터 울버햄프턴에서 활약 중인 황희찬을 비롯해 양민혁(토트넘), 박승수(뉴캐슬) 등이 있다.
다만, 양민혁과 박승수의 새 시즌 입지는 불투명하다. 지난겨울 토트넘에 입단하자마자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퀸즈파크 레인저스로 임대를 떠났던 양민혁은 이번에도 임대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뉴캐슬에 입단한 박승수도 일단 21세 이하(U-21) 팀에서 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월 브라이턴과 계약한 윤도영 역시 곧바로 엑셀시오르(네덜란드)로 임대돼 EPL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보려면 최소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당장은 황희찬의 어깨가 무겁다. 어느덧 EPL 5년 차 시즌을 앞둔 황희찬은 손흥민에 이어 맏형 노릇을 해야 한다.
지난 시즌 활약은 다소 아쉬웠다. 공식전 23경기에 출전해 3골에 머물렀다. 공식전 13골 3도움을 작성하며 '커리어 하이'를 찍은 직전 시즌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대부분 선발이 아닌 교체로 출전해 출전 시간을 모두 합쳐도 868분에 그쳤다.
다행히 최근에는 기량을 되찾은 모습이다. 지난 26일 스토크 시티(잉글랜드)와의 친선 경기에서 1골을 터뜨린 데 이어 지난 31일 랑스(프랑스)를 상대로는 도움 1개를 기록,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작성했다.
황희찬도 이적설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기존 주전 공격수인 곤살루 게데스의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 이적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잔류에 무게가 실렸다.
새 시즌 주전 경쟁에도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황희찬으로선 주전 자리와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2년 전 기량을 되찾아야 한다. 여기에 손흥민이 떠난 EPL의 흥행까지 이끄는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