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박지성처럼' 손흥민 눈물에 담긴 10년, 다가오는 마지막 페이지

토트넘 손흥민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뉴캐슬의 경기에 입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13년 전 박지성(은퇴)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떠날 때 한국 축구 팬들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박지성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 맨유에서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34경기에 출전해 19골을 넣었고, EPL 우승 4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1회 등에 힘을 보탰다.

당시 한국 선수들에게 낯선 EPL 무대에 처음 발을 내디딘 박지성에겐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호'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팬들 사이에서는 '해버지(해외 축구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한다.

이후 수많은 선수들이 EPL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최근에는 K리그2 수원 삼성 출신 박승수가 뉴캐슬에 입단해 EPL 구단과 계약한 20번째 선수가 되기도 했다.

모든 선수들이 EPL 무대에서 성공한 건 아니다. 강한 임펙트를 남긴 선수는 여럿 있었지만, 박지성처럼 한 팀에서 오랜 기간 뛰며 '레전드' 대우를 받은 선수는 쉽게 등장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손흥민(토트넘)이 유일하게 박지성의 아성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흥민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토트넘에서 뛰며 여러 진기록을 남겼다.

손흥민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공식전 454경기를 뛰며 173골 101도움을 넣었다. 이는 토트넘 역대 최다 골 5위, 최다 도움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EPL 기록만 따지면 333경기에 출전해 127골 71도움을 기록, 토트넘 역대 득점 2위와 도움 1위에 올랐다.

또 2020년 국제축구연맹(FIFA) 푸슈카시상을 받았고, 2021-2022시즌에는 23골을 넣으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리그 득점왕에 올라 골든부트를 차지했다. 특히 2024-2025시즌에는 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에 기여하며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토트넘 손흥민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뉴캐슬의 경기에서 교체돼 벤치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

그런 손흥민에게도 토트넘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지난 2일 손흥민이 토트넘과의 작별을 고하자, 한국 팬들은 깊은 슬픔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뉴캐슬과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를 하루 앞둔 기자회견에서 "한 가지 말씀드려야 하는 부분이 있다. 어찌보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운을 뗀 뒤 "토트넘을 떠나기로 결정을 했고, 이것에 대해 먼저 말해야 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최근 손흥민을 둘러싼 무수히 많은 이적설이 쏟아졌다.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FC바르셀로나를 시작으로 맨유, 바이어 레버쿠젠(독일), 페네르바흐체(튀르키예) 등이 차기 행선지로 거론됐다.

뒤이어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클럽이 관심을 보이더니, 점차 LAFC(미국)가 유력한 차기 행선지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손흥민은 "(1년 남은 북중미 월드컵은) 저에게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미국 무대 쪽에 힘을 실었다.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잉글랜드)과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 이 경기는 사실상 손흥민의 '토트넘 고별전'이 됐다.

토트넘 손흥민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뉴캐슬의 경기 종료 후 헹가래를 받고 있다. 황진환 기자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그동안 팬들은 밤잠을 설치며 텔레비전 앞에서 손흥민을 응원했다. 직접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손흥민을 응원한 팬들도 적지 않았다.

늘 팬들의 응원을 잊지 않고 고마움을 표했던 손흥민은 이날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자신의 '토트넘 고별전'을 한국에서 치러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손흥민은 경기 후에도 동료들에게 행가래를 받은 뒤,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에 팬들의 뜨거운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울려 퍼지자 손흥민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아직 손흥민의 선수 생활이 끝난 건 아니다. 손흥민은 내년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13년 전 맨유를 떠났던 박지성처럼 손흥민도 선수 생활의 마지막 페이지로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손흥민의 눈물에는 토트넘에서 보낸 지난 10년의 시간, 수많은 골과 환호, 아픔과 영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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