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휴가를 떠나면서 복귀 시 들고 올 이른바 '저도 구상'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관세협상 타결로 큰 고비를 넘은 대미 외교를 비롯해, 광복절에 치러질 국민임명식과 특별사면 등이 담길 전망이다.
첫 휴가나선 李대통령…공식일정 없지만 국정보고는 받아
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4일부터 오는 8일까지 5일간의 여름 휴가에 나선다. 휴가지는 대통령 별장 '청해대'가 위치한 경남 거제 저도다.
경제 위기 등을 고려해 휴가까지 반납까지 고려했던 이 대통령이지만, 대통령실 참모진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휴가와 내수 소비 진작 등을 위해 휴가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휴가 기간 동안 공식 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독서, 영화 감상 등에 나서며 재충전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휴가의 취지를 고려해 필요 최소 인원만을 대동해 휴가지로 향한 이 대통령이지만, 여러 현안이 산적한 만큼 주요 상황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으면서 국정을 챙길 전망이다.
대미 관세협상 넘었지만 정상회담은 숙제
최우선 현안은 관세 협상을 비롯한 대미 외교다. 관세협상이라는 큰 산은 넘었지만, 3500억 달러 규모 펀드에 대한 투자 방식과 후속 사안에 대한 조율 등은 아직 남아 있다.
특히 한미 양국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정상회담에 대한 조율은 물밑 움직임이 한창이다. 협상 시기와 방식은 조율 중이다.
미국 측은 다음 주 중 성사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0일 한미 무역협상 타결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양자 회담을 위해 2주 안에 백악관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이 기간 중 방한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다, 광복절인 오는 15일에는 이 대통령의 '국민임명식'이 열릴 예정이어서 일정이 여의치 않다. 의제 또한 이번에 합의가 이뤄진 통상뿐 아니라 국방비 등 안보 관련 현안이 남아 있어 이를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때문에 다른 일각에서는 국민임명식이 있는 다음 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실시되는 그 다음 주를 지나 8월 마지막 주에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베트남 정상 방한과 국민임명식 행사 등으로 인해 다음 주 회담은 피하고 싶은 측면이 있는데 그 시기에 방미를 원해서 다소 애매한 상황"이라며 "하루 이틀 사이에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제는 관세협상과 패키지로 묶였던 국방·안보 관련 현안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한국의 국방비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광복절 특사도 관심…조국 등 정치인 사면은 '미지수'
광복절 특사도 관심의 지점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올해가 광복 80주년인 점을 고려해 대규모 민생 특별사면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경제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생계형 범죄자들에 대한 사면 가능성이 높이 거론된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권에서 노·정 갈등으로 수감된 노동자들의 사면 또한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반면 정치인 사면에 대해서는 막판까지 고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범여권으로 불리는 야권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다수의 정치권 인사에 대한 사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경우 혁신당내 뿐 아니라, 법과전문대학원 교수 모임, 민주당 박지원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사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혁신당에서 대통령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 외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 등도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권 초 내란 극복 등 국가정상화를 기치로 내건 상황에서 범여권 인사 사면에 나설 경우 국정운영 동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어, 실제 정치인 사면이 이뤄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생 관련 특사는 통상적인 일이고, 대규모 민생 특사 또한 예전부터 검토됐던 것을 확대하는 차원"이라며 "정치인 특사는 워낙 요구가 많다보니 판단에 나서기는 하겠지만, 기존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