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첫 제정 이후 폐지와 다시 제정을 반복한 '충남 인권 기본 조례'가 결국 조례명과 일부 내용을 바꾸게 됐다.
충남도의회는 지난달 29일 열린 제36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충청남도 인권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재석의원 38명 중 찬성 36명, 기권 2명으로 가결했다.
그에 따라 조례 제명은 '충청남도 인권 기본 조례'에서 '충청남도 도민 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로 변경되고 조례 속 일부 개념과 내용도 삭제되거나 변경된다.
개정안은 모든 도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조례라는 이유로 기존 조례 속 '인권약자' 용어를 삭제하고, '인권증진시책토론회' 또한 도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토론회 운영 규정이 있어 중복되고 타 시·도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조례에서 제외했다.
인권교육 의무 이수시간도 매년 4시간에서 연 1회 이상으로 조정됐다. 타 시·도 운영 사례에 맞춰 인권위원회 위원 수를 기존 20명에서 15명으로 변경하고 정기회 개최 횟수 또한 2회로 축소됐다.
여기에 기존 조례 속 '성평등' 용어에 대해서도 일부 단체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빠지게 됐다. 그에 따라 민간위탁으로 인권센터 운영 시, 인권센터장 선임의 각 호 자격요건 중 일부인 '인권, 성평등, 시민사회운동 등' 근무 경력이 '인권, 시민사회운동 등'으로 변경됐다.
조례는 2012년 첫 제정 이후 폐지와 제정을 거듭해왔다. 2018년 5월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자유한국당이 주도해 폐지된 조례는 4개월 뒤인 2018년 9월 다시 '충남 인권 기본 조례'로 새롭게 제정됐다.
하지만 2022년 또다시 조례 폐지 조례안이 주민 청구로 접수됐다. 주민청구 조례안은 수리·발의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처분 취소 소송, 청구 각하 등의 법적 절차를 거쳐 최근 심사 대상으로 올랐다.
소관 상임위인 충남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이 폐지 조례안을 대신해 조례를 일부 개정하는 것을 '절충안'으로서 내놓았다.
이현숙 행정문화위원회 부위원장은 "폐지 조례안이 가결돼 폐지되더라도 과거 사례에 비춰 다시 제정안이 발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행정 낭비와 갈등이 지속적으로 야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권 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제안 설명에서도 "조례의 전면 폐지보다는 문제로 지적된 조항을 합리적으로 개정 보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행정문화위원회에서 위원회 안으로 발의한 것으로, 법령 체계를 정비함과 동시에 인권 정책에 대한 도민의 우려를 반영해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실효성 있는 인권 정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마련했다"고 말했다.
충남도의회는 당초 지난 6월 24일 제359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일부 단체의 항의로 상정하지 않기로 하는 등 그럼에도 부침을 겪었다.
반복된 갈등과 그로 인한 행정 낭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도의회 설명에도, 조례가 사실상 형식만 남게 된 격이라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개정안 통과 이후 성명을 통해 "조례명 변경으로 기본 조례에서 일반 조례로 격하되고, 지방정부의 인권 보장의 법적 근거와 전제가 되는 상위법에 대한 내용과 주요 개념이 삭제됐다"며 "특정 세력의 편견과 혐오에 응답한 반인권적 개악"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개정안에 앞서 표결에 부쳐진 '폐지 조례안'은 재석의원 37명 중 찬성 2명, 반대 32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