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감세' 원상복구…투자 위축 우려? '세입기반 확충' 먼저

'감세하면 투자할 것'이라며 '묻지마 감세' 강행하던 尹정부에 구멍난 정부 재정
이재명 정부 첫 세제개편, 尹 감세 원상복구로 확보한 재정을 경제 활성화 투입
美 상호관세 충격 가늠도 안되는데 내수 부진 여전…투자·채용 위축될까 우려도
"감세한다고 경기 활성화되진 않아…무너진 세수기반 확충해야 경영 환경 개선도 가능"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집권 후 첫 세제개편에 나서면서, 윤석열 정부 시절의 '묻지마 감세' 원상복구에 나섰다.

'감세를 하면 반드시 투자해서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던 장담과 달리 윤 전 대통령 임기 내내 재정에 구멍이 뚫렸던 만큼, 세입 기반을 복구해 미래전략산업 지원과 민생 안정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통상 압박과 내수 부진이라는 '내우외환' 속에 정부의 장담대로 세수가 확대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정상의 정상화' 측면은 물론, AI(인공지능) 대전환 등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재정 회복을 미룰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2025년 세제개편안'을 소개하면서, 한국 경제가 재정지출 수요가 증대되고 있는데도 "감세정책 및 구조적 여건의 변화 등으로 세입기반 약화"라는 문제에 맞닥뜨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정부의 적극적인 감세 정책으로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22년 22.1%에서 지난해 17.6%로 수직낙하했다. 그 결과 2022년 305조 9천억 원에 달했던 국세수입은 이듬해 344조 1천억 원, 지난해 336조 5천억 원으로 각각 51조 9천억 원, 7조 5천억 원씩 뚝뚝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은 특히 대기업, 고소득자에 혜택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집권 첫 해 법인세를 모든 과표구간에서 일제히 1%p씩 낮춘 일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종합부동산세 완화, 상속세 개편, 투자세액공제 확대, 가업상속공제 도입,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부자 감세'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투자, 고용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로 세제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을 마련한 기획재정부의 이형일 1차관은 "지난 정부에서 감세를 통해 경기 활력을 제고하고 세수도 증가하는 선순환을 의도했다고 보지만, 최근 경제 상황과 세수 감소를 고려해 보면 현재로서는 실제 정책의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곤란하다고 생각한다"며 '결과적 실패'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앞선 감세 정책의 원상복구에 초점을 맞췄다. 법인세 세율은 다시 1%p씩 올리겠다는 방안이 대표적 사례다.

이 외에도 금융투자거래세(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지난 3년 동안 단계적으로 세율을 인하했지만, 정작 금투세 도입이 불발돼 '이유 없는 감세'가 이뤄졌던 증권거래세는 2023년 수준으로 되돌리고, 대주주에게 부과하는 양도소득세 대상도 상장 주식 종목당 5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다시 과세대상을 확대했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 시절의 감세 조치가 대거 환원되면 조세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에 이 차관은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위해서는 조세정책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변화가 생기면 제도를 합리화하고 여건에 따라 적확성 있게 수정하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세입 기반의 정상화로 마련된 재원으로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지원해서 성과 중심의 재정 운용을 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증세 기조 전환이 자칫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으로 8조 1672억 원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렇게 늘어난 세부담의 약 70%가 대기업(4조 1676억 원), 중소기업(1조 5936억 원) 몫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의 통상 마찰 여파가 가늠되지 않는 마당에 급격한 세제 변화는 기업의 투자·채용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록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날 공개된 미국과의 통상 협의 결과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지만, 수출, 특히 대미(對美)수출 의존도가 유독 높은 한국 경제는 큰 충격을 피할 수 없다.

또 비록 두 차례에 걸친 추경 집행에도 내수 부진은 여전하다. 당장 올해 2분기 소매판매는 1.0% 감소했는데, 애초 2023년 2분기(-0.7%)와 지난해 2분기(-2.9%)에도 줄줄이 감소했던 터라 회복의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우려대로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면, 세율을 높이고도 오히려 세수가 정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세율 확대보다 조세지출 구조조정으로 세입 확충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획재정부 이형일 1차관이 7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년 세제개편안 상세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하지만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우석진 교수는 "우리 사회에 법인이 담당하던 사회적 역할이 있는데, 지난 3년 동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비중이 줄었다. 이제 환원해야 할 때"라며 "(법인세 감세로) 2024년만 법인세 수입이 푹 꺼졌는데, 앞으로도 계속 꺼지는 것이다. 지금 회복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정부가 기능을 못할 것"이라면서 당분간 무너진 세수기반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세 기반을 먼저 확대하고 세율을 올릴 것이냐, 아니면 세율을 먼저 올리고 과세 기반을 확대할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라면서도 "이명박 정부 시절 대대적으로 감소한 후, 박근혜 정부 시절 소득공제 체계를 세액공제 체계로 바꾸고,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고 담배세를 도입하는 등 세제를 개편해 2015년부터 세수가 크게 늘었다"면서 단순히 세율만 올리기보다, 실제 세수를 늘릴 수 있도록 과세 기반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주대학교 국제학부 김용기 교수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펴야 한다고 강조하는 관점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에너지나 AI 전환, 인프라 개선 등 공공투자가 상당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 비춰볼 때, 한국의 세수 기반은 굉장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세는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 뿐이며 취약한 세수기반으로 AX(인공지능 전환, AI Transformation)를 포함한 산업전환을 만들지 못한다면 국제경쟁에서 패배할 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감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면서 '감세=기업 활성화'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제개편에 대해서도 "세수 기반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도 아니고, 이전에 윤석열 정부에서 했던 잘못된 정책을 되돌리는 수준일 뿐"이라며 "세수를 늘려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개선하는 데 결국 쓴다면 기업이 투자를 줄이거나 해외로 탈출한다든가 할 정도의 빌미는 결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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