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8·22 전당대회' 레이스가 막을 올렸다. 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등록 마감일인 전날까지 접수한 당대표 후보들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안철수(4선)·장동혁(재선)·조경태(6선)·주진우(초선) 의원 등 5명이다. 이들을 가르는 최대 기준은 6·3 대선 경선에 이어 단연 탄핵 찬반이다.
여당이 계엄의 빌미를 줬다는 김 전 장관과 '윤 어게인(Yoon Again)'을 외친 장 의원은 대표적 반탄(탄핵 반대)파다. 반면 탄핵에 찬성한 안 의원과 조 의원은 인적 쇄신을 강조해온 소위 '혁신파'로 분류된다. 주 의원은 비교적 계파색이 옅다.
당심(黨心)이 중요한 전대 특성상,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한 쪽은 전한길씨를 감싸고 있는 반탄파다. 최고위원 후보도 '반탄 원외인사'가 주를 이루면서, 강성 당원을 타깃팅한 '선명성 경쟁'만 심화되고 있다.
'반탄 주자' 김문수-장동혁, 우향우 경쟁
여론조사상 당원들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김 전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향한 '극우 프레임'을 정면 반박했다.김 전 장관은 "(과거 운동권이었던) 저는 좌익 출신 아닌가. 전씨나 나를 극우라 하는 것은 극좌들이 만들어낸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출연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전씨 유튜브 등을 두고는 "나간다고 한 적 없고, (출연을) 검토한 적도 없다"고 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정청래 의원을 가리켜 "1989년 정동 미국 대사관저에 집단 난입해 폭발물 4개를 던지고 불을 지르려다 징역 2년을 받아 복역했다. 주동자"라며 "이런 사람이 저 보고 극우라는데 누가 믿겠나"라고 반문했다.
물리적 과격행위를 벌인 정 의원이 훨씬 위험한 인물이라는 취지다. 동시에 이재명정부에 맞선 대여(對與) 투쟁력 회복이 곧 혁신이라는 소신을 재차 명확히 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전제해야 보수 재건이 가능하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당을 혁신한다고 하면서 계속 '누구누구를 잘라내자, 징계하자'는 식으로 가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게 된다"는 주장도 펼쳤다. 계엄·탄핵과 관련, 구(舊) 지도부를 징계 또는 2선 후퇴시켜야 한다는 쇄신 요구에 거듭 선을 그은 것이다.
장 의원은 한술 더 떴다. 김 전 장관조차 출연을 보류한 극우성향 유튜브에 전날 출연해 "유튜버 버전의 관훈토론"이라고 칭하며, 강성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당헌·당규에 명시하자고 한 혁신위원회를 겨냥한 듯 "무엇을 더 절연하자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잘라 말했다. 당대표가 된다면 "적절한 시점"에 윤 전 대통령을 직접 면회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당이 연을 끊어야 할 대상은 윤 전 대통령이 아니라, 오히려 찬탄파와 친한(親한동훈)계라고도 했다. 장 의원은 조 의원과 안 의원을 가리켜 "당이 어려울 때 늘 당의 입장과 반대로 걸어오고, 당론에 반대하는 투표를 상습적으로 했던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저를 극우로 몰았던 분들은 알아서 나가면 된다"고 못박았다.
반탄 후보 2명은 인적 청산보다 통합을, 내부 쇄신보다 대여 투쟁을 강조하는 노선이 겹친다. 현재 스코어로는 밀리는 장 의원이 차별화를 위해 의도적 우향우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피커 줄며 힘 빠진 혁신파…최고위 후보도 '반탄' 일색
메시지의 선명성은 찬탄(탄핵 찬성) 후보들도 뒤지지 않지만, 폭발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1차적으로는 '친윤 구태정치 청산'을 주장해온 한동훈 전 대표의 불출마가 크게 작용했다. 찬탄파는 당내 소수인 만큼 여러 주자가 목소리를 키워야 하는데,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든 환경이 된 것이다.
안 의원은 여당의 '내란정당' 공격을 막아낼 적임자는 특검 수사에서 자유로운 자신밖에 없다고 내세우고 있다. 김 전 장관을 향해선 대선 당시 단일화 번복으로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했다며 후보직에서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른바 '45+α(45명 플러스 알파)' 인적청산론을 꺼내든 조 의원은 쇄신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절반 가까운 현역을 솎아내야 할 대상으로 지목한 셈이라 원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날 차담에서 조 의원과 '반탄 당대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나눈 양향자 전 의원도 맘을 바꿔 당대표가 아닌 최고위원 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이에 따라, 조 의원의 '당대표 혁신후보 단일화' 주장이 실현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안 의원은 이미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반탄 일색'인 최고위원 후보군도 전대의 우경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최종 4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현역은 신동욱·최수진 의원뿐이다. 양 전 의원과 친한계인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등을 제외하면 대체로 탄핵에 반대했던 원외 인사들이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과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등이다. 청년최고위원에는 30대 초선인 우재준 의원만이 원내로는 유일하게 출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