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관세 인상을 예고한 시한을 하루 앞두고 한미 협상이 전격 타결됐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적용할 관세를 당초 예고한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으며, 양국은 조선·반도체 등 산업 협력을 위한 투자 펀드 조성에도 합의했다. 우려를 낳아온 미국산 쌀·쇠고기 등 농축산물 추가 개방은 없었다.
조선 협력 펀드 신설…총 3500억 달러 투자 계획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30일 오전 '한·미 관세협상 타결' 브리핑에서 "오늘 새벽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며 "미국이 한국에 8월 1일부터 한국에 부과하기로 했던 상호관세율 25%는 15%로 낮아졌고,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관세 동일하게 낮췄다"고 밝혔다. 향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의약품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와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은 미국이 한국에 일괄 적용하겠다고 한 '25% 상호관세 조치' 시행을 하루 앞두고 타결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협상 성과로 "수출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했고 우리 기업들은 주요국 대비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으로 '한미 조선산업 협력 확대'를 꼽았다. 그는 "1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 협력 펀드는 선박 건조, MRO,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며 우리 기업 수요 기반으로 구체적 프로젝트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특히 자율운항 선박 등 미래 산업에서 한미 협력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별도로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주요 분야에 대한 2천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도 조성된다. 대통령실은 "펀드 운영 리스크의 최소화를 위해 프로젝트 산출물은 미국 정부가 인수 책임을 지기로 했다"며 "합리적이고 상업적 타당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앞서 미국과 합의를 타결한 일본 사례에 대해 "우리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업 펀드 1500억 달러를 제외하면, 우리의 투자펀드 규모는 일본의 36%에 불과하다"며 "우리 나름대로 일본의 협상을 정밀하게 분석했으며 우리의 협상에 안전장치를 훨씬 더 많이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펀드 형태 대부분은 대출·보증 방식의 금융 지원이며, 실제 직접 투자 비중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2천억 달러라는 규모 역시 '한도'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농축산물 개방 요구는 방어…곧 한미 정상회담
관심이 집중됐던 농축산물 시장 개방 여부와 관련해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도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쌀과 소고기 등은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소고기 월령제한 해제 문제나 쌀 수입 등과 관련해서는 양측의 고성도 오간 것으로 안다"며 "그럼에도 우리가 방어를 계속하면서 이 분야의 추가적인 양보가 없었던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농산물 개방'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정치 지도자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협상을 책임진 각료들의 대화에서 그 부분의 합의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이 기존 2.5% 관세에서 12.5%포인트(P) 올린 15%로 합의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실장은 "한국은 12.5%를 끝까지 주장했지만 (15%로 관철돼) FTA 체제가 상당히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며 "체제가 바뀌고 있다는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김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다음 주라도 날짜를 잡으라'고 얘기를 했다는데, 그렇게 말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이 있지 않겠나"라며 "그래서 '2주 내'라는 표현이 나온 것 같고, 구체적 날짜와 방식은 곧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