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추진을 전후로 친윤계 최대 외곽 조직인 새미준(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이 새미준 행사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삼부토건 직원을 동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 회장은 3대 관변단체 중 하나인 자유총연맹 고위 간부도 지냈다.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일준 회장은 2022년 12월 새미준 포럼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새미준은 원내외 친윤계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 당시 유력 당권 주자이던 김기현·권성동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이철규 의원 등이 회원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새미준 운영위원장은 보수 정당의 핵심 조직 운영가로 꼽히는 이영수 전 KMDC 회장이 맡아 최근까지도 새미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보수 정권의 '킹메이커'로 통하는 이영수 회장은 2007년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선거를 도운 외곽 조직 '한국의힘'을 이끌었고 2021년 9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의 조직지원총괄본부장으로 뛰며 대선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일준 회장은 3대 관변단체로 꼽히는 자유총연맹 서울시지부 부회장도 지냈다. 이 회장은 2022년 3월 단체를 대표해 우크라이나 평화기금 1050만원을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직접 전달했다.
이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2022년 5월 조성옥 전 회장과 삼부토건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실제 이 회장 측이 삼부토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것은 이듬해인 2023년 2월 이 회장이 지배하는 디와이디가 삼부토건 주식 1100만주를 확보하면서다. 우크라이나 포럼이 열리기 약 3개월 전이다.
삼부토건은 최대주주가 바뀌고 3개월이 지난 2023년 5월22일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묶인 삼부토건 주가는 주당 1천원대에서 두 달여 만에 5천원대까지 폭등했다. 원희룡 당시 국토부장관은 2023년 8월 새미준 정기 세미나에 강연자로 참석했다.
이 회장과 조 전 회장은 주가 폭등기 보유하던 삼부토건 주식을 팔아치워 수백억원대 부당 이득을 챙겼다.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은 당시 주가조작 범죄로 발생한 부당이득의 절반 이상을 이 회장 측이 챙긴 것으로 의심한다. 이 회장의 새미준 등 보수 정치권 활동과 삼부토건 경영권 인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추진 등 일련의 과정이 사실상 주가조작의 사전 작업 성격일 가능성을 특검은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영수 새미준 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일준 회장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라면서 "새미준 행사에 온 것은 사실이지만 단체 회원으로 활동한 것은 아니다. 연말 디너쇼(음악회)에 직원들과 함께 참석한 정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일준 회장 측 변호인은 "새미준 관련 사항은 처음 듣고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은 골수 민주당원이며 윤석열 정권 들어 자유총연맹 간부 자리도 쫓겨났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특검은 지난 18일 구속한 이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를 연달아 불러 주가조작 범행의 전후 경위를 추궁하고 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종적을 감춘 이기훈 부회장을 쫓는 한편,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 전 회장 측에 대해서도 수사 고삐를 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