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의 선명성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박찬대·정청래 두 후보 모두 자신을 개혁 적임자라고 내세우며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발 맞추며 당심을 얻겠다는 포석이지만, 지나친 공세로 자칫 불필요한 정쟁만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박찬대 후보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로 확정되는 즉시 국민의힘 권영세·이양수·권성동 세 의원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일어난 국민의힘의 심야 후보 교체를 공개적으로 문제삼은 것이다.
박 후보는 당시 상황을 '막장 사기극'이자 '내란 동조 세력의 대선 쿠데타'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후보 교체 과정에 국민 혈세가 포함된 경선 비용 160억원을 날렸다는 의혹도 있다"며 "공직선거법·국고손실죄·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는 명백한 형사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올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를 막은 국민의힘 의원 45명을 상대로도 추가 고발을 예고했다. 이들을 가리켜서는 '내란범의 방패'라고 규정했다. 앞서 박 후보는 이들 국민의힘 의원 45명을 제명해야 한다며 제명 촉구 결의안도 들고 나왔다.
박 후보의 공세는 날을 거듭할 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공세 대상도 국민의힘에만 머물지 않는다. 같은날 박 후보가 내건 5대 개혁은 △9월까지 검찰청 폐지 △내란종식특별법 통과 △국민의힘 을45적 제명·고발 △김건희 특검법 연장 재발의 △지귀연 판사 내란재판 배제 등 전임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우는 요소들을 전방위적으로 배치했다. "야멸찬 5대 개혁을 당원과 함께 완수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박 후보의 강성 구호는 당 대표 선거에서 초반 수세에 몰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박 후보는 첫 지역별 순회 경선인 충청권에서 경쟁자인 정청래 후보에게 25%포인트(p) 이상 격차로 패했다. 이어진 영남권에서도 박 후보는 37.4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정 후보(62.55%)에게 크게 뒤졌다. 현재까지의 누적 득표율은 정 후보가 62.65%(7만 6010명), 박 후보는 37.35%(4만 5310명)다.
당 안팎에서는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싸우는 리더십'을 강조한 정 후보의 전략이 당심을 끌어안는 요소로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안정적 리더십'을 내건 박 후보가 뒤늦게 내란 종식과 개혁을 외치면서 강성 이미지를 부각하고 나선 이유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박찬대 후보가 단호한 어조 없이 유연한 면모로만 계속 나가면 인지도가 높고 색깔도 강한 정청래 후보를 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확 바뀐 메시지는 최근 토론회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박 후보는 첫 TV토론회 때만 하더라도 "뺨만 때려서는 이길 수 없다. 어르고 달래는 것도 병행해야 진정한 승리가 가능하다"며 야당과의 협치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2차 토론회에서는 "내란 세력과 협치도, 타협도, 거래도 절대 없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날 진행된 3차 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 후보의 '강력한 개혁' 구호에 박 후보 역시 "윤석열·김건희 등 모든 내란 세력이 다시는 햇빛을 보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히려 정 후보보다 빈번하게 내란 종식을 언급하면서 이에 필요한 각종 입법 조치와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박 후보 측은 8·2 전당대회까지 개혁 적임자임을 강조하면서 당심을 사로잡겠다는 구상이다. 정 후보는 그간 견지해온 '싸우는 리더십'을 계속해서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당대표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선명성 경쟁이 강성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야당을 겨냥한 지나친 공세가 자칫 당 대표 선거 이후에도 정쟁의 불씨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민주당 의원은 "선거 국면에서 야당을 때려 자신의 선명성을 높이는 건 야당 입장에서도 으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메시지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야당 압박용 입법을 추진하거나 실질적인 조치를 내놓는다면 추후 불필요한 정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