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가속화되면서 5년 뒤에는 영국 수준에 달할 것이란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지난 17일 펴낸 '최근 북한의 핵무기 생산 능력 변화 분석과 비핵화 고려사항'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만 해도 기존 영변 시설, 영변내 증축 시설, 강선 시설 등 최소 3곳 이상의 대규모 인프라를 운영할 것으로 추정된다.
영변 시설은 미국의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일행이 2010년 방북했을 당시 확인한 1920㎡ 크기의 단일 건물이었지만 3년 뒤인 2013년에는 같은 규모의 건물이 증설됐다.
북한은 또 2022년 기존 건물에 1150㎡ 크기 보조 농축동을 추가 건설함으로써 원심분리기 숫자는 10여년새 2천기에서 6천기로 3배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최근 총면적 5760㎡로 최초 시설의 3배 가까운 대규모 농축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을 건설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초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지시한 것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라늄 농축만도 10여년새 3배 이상 증가…기타 비밀시설 가능성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영변 외에 강선 지역에서도 운영 중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하노이 노딜' 당시 언급한 '영변+α'로 추정되는 곳이다.
보고서는 강선 역시 지난해 증축공사 모습이 식별됐다며 추가적 확장이 이뤄지고 있을 정황을 지적했다.
지난해 9월 북한이 공개한 김정은의 시찰 대상 우라늄 농축시설 사진은 강선 시설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핵무장 능력을 과시한 셈이다.
북한은 영변과 강선 외에 추가 비밀시설을 운영 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최근 폭격을 감행한 이란 포르도 시설과 마찬가지로 은폐가 쉬운 지하시설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우라늄 농축 방식 외에 플루토늄 추출을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영변 시설에서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생산은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꾸준히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이런 평가를 토대로 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을 합한 북한의 전체 핵탄두 수량을 2025년 현재 127~150발, 2030년 201~243발, 2040년 344~429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프랑스의 핵탄두 보유량이 지난해 현재 290발, 영국은 225발(SIPRI 보고서)인 것으로 미뤄, 5년 뒤에는 핵무기 숫자로만 볼 때 이들 나라와 거의 대등한 수준이 되는 셈이다.
물론 프랑스와 영국도 러‧우 전쟁 등의 여파로 핵무기 증산에 나설 태세지만 북한의 핵무장 속도가 훨씬 빠를 전망이다.
"부분적 동결 등 단계적 접근 필요성"…사실상 핵군축 협상 의미
보고서는 "북한은 핵무기를 전략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물리적 역량을 갖추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대응에서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향후 북한 비핵화 협상 전략과 관련, 조기 합의나 부분적 동결을 통해 생산을 제한하는 '시간 요소를 고려한 단계적 접근' 필요성 등을 제기했다.
이는 협상이 지연될수록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될 것을 감안한 사실상의 핵군축 협상 방안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현실적으로 북한이 이미 상당 규모의 핵물질과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그 수량이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핵무기 전면 폐기를 전제로 한 협상은 현실적인 한계를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KIDA의 공식 입장이 아닌 연구자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29일 김여정 담화를 통해 '과거와 다른 접촉 출로(협상)'를 미국에 요구한 상황에서 상당한 함의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