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5일 취임사에서 "북한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에게 제안한다"며 "이제 강대 강의 시간을 끝내고 선대 선의 시간으로 바꿔야한다"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난 2021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대미관계와 관련해 선언한 '강대 강, 선대 선'의 원칙을 언급한 뒤 "지난 3년은 남북 간의 최악의 시간, 적대와 대결로 서로를 맞받아쳤던 강대강의 시간 이었다"면서, 이제 '선대 선'의 기조로 바꾸자는 제안을 했다.
정동영 장관은 정부의 대북확성기 및 대북방송 송출중단과 이에 대한 북한의 호응이 바로 '선대 선'의 조치라면서 "앞으로 남과 북은 무너진 신뢰를 하나씩 쌓아 갈 것"이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하다보면 다시 대화를 시작하는 날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그러면서 "적대와 대결의 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여는 것은 "5천년 역사의 명령이고 현재의 의지이며 후대들에게 떠넘기지 않아야할 도리"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특히 "올해 12월 26일은 시인 김소월이 '진달래 꽃'을 펴낸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라며 "진달래 꽃 100년 공동행사를 같이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라고 제의하기도 했다.
"기회 되면 한반도평화특사 역할 적극 할 것"
정 장관은 앞으로 "통일부 장관으로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반도평화특사'의 역할도 적극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크게 축소된 통일부 조직과 인원 문제에 대해서는 "교류협력국 없이 어떻게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 것이며, 남북회담본부 없이 어떻게 남북대화의 문을 열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통일부 조직의 기능과 역할을 정상화하고 강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 장관은 취임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감축되기 전의 통일부 정원을 회복시켜달라는 요청은 이미 해놓은 바 있다"며 "충분히 설명을 했고 검토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통일부의 명칭 변경에 대해서는 "무엇이든지 우선순위가 있는데 (이 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생각 한다"며 속도조절의 의사도 내비쳤다.
정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탈북민 업무의 주무부처를 통일부에서 행안부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그것은 제 생각이고 앞으로 (이와는 별개로) 논의를 해나가겠다"며 "탈북민에 대한 정부의 서비스도 탈북민 입장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특히 오는 10월 말 경주 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불과 3개월 뒤로 너무 촉박하다"며 현재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감안할 때 "우선 대화부터 시동을 거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취임식 전에 판문점 방문 "남북연락채널 복원이 급선무"
정 장관은 이날 취임식에 앞서 판문점을 방문해 자유의 집과 평화의 집 시설 등을 방문해 장기간 단절된 남북 연락채널 상황을 점검하며 "남북대화 재개와 조속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단절된 남북 간 연락채널 복원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남북 직통전화를 직접 들고 통화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앞으로 유엔사 등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판문점 공간을 단절과 긴장의 장소가 아니라 연결과 협력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