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은 일반 직장과 달라", "동지"…정신 못 차리는 與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보좌진 갑질' 사태로 장관직에서 낙마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반성·성찰은 없이 강 의원을 일방적으로 감싸거나 피해 보좌진을 탓하는 취지의 '2차 가해성' 발언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역 불패'를 깬 첫 사례의 엄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갑'(甲)의 시선으로만 사안을 인식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박찬대 의원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 의원의 결단에 대해 존중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마음"이라며 "동료 의원 진퇴에 대해 의견을 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기자 분이나 국민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강 의원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기 약 15분 전쯤 본인이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사퇴 결단을 촉구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밝힌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 발언부터였다. 박 의원이 "보좌진 관련해서는 일반 직장과 다른 것이 사실"이라며 "동지적 관계"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특수성'을 내세워 본질을 비껴가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자, 가해자의 행위를 옹호하는 '2차 가해'에 가까운 발언이란 비판이 나온다. 그 같은 발언이 의원과 보좌진 사이에서 벌어진 갑질을 정당화하고,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논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갑질 행태를 외부에 알리고 문제 삼는 일을 동지들 사이 있었던 일을 폭로하는 '배신'으로 연결짓는 출발점이 된다.

박찬대 의원. 윤창원 기자

특히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강 의원의 사퇴 전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보좌진과 의원 간의 관계에 있어서 갑질은 약간 성격이 다르다", "보좌진과 의원은 동지적 관점도 있다. 식구 같은 개념이 있다"는 등 유사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음에도 박 의원이 이를 반복한 셈이라 더욱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의 발언을 접한 한 여당 보좌관은 "의원들 입장에서야 동지일 뿐, 보좌진 중에선 스스로를 전문 직업인이라 생각하고 일하는 이들도 많다"며 "사적인 일을 아무렇지 않게 시켜놓고 본인들 마음 편하자고 동지라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만약 진짜 동지라고 여긴다면 애초 그런 사적인 일을 시키지도 않을뿐더러, 동지가 갑질을 당했다고 하면 같이 싸워줘야 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본인들 편의에 따라 동지였다가 부하 직원이었다가 오락가락하는데, 들을 때마다 자괴감만 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안을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제는 그러면서 '갑질 사태'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안인 것처럼 여기거나, 피해자가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 이를 폭로한 것처럼 왜곡한다는 점이다.

친여권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강선우 의원을 사퇴시켜야 할 만큼의 사건은 제가 알아본 바로는 없다"며 "사실 엄청난 갑질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기자도 실제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건 언론이 강선우가 아니라 이재명을 이겨 먹을려고 하는 것"이라며 "강선우는 그 소재로 선택됐을 뿐인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14일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 사퇴 요구 피켓시위하는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소속 보좌관. 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은 강 의원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정청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비가 오면 비를 함께 맞아 주는 것. 인간 강선우를 인간적으로 위로한다"라며 "당원과 지지자들의 다친 마음을 위로한다. 이번 논란 과정에서 상처받은 사람들 모두를 위로한다"고 짧게 적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은 '강선우 의원께'라는 글을 올리며 "8년 동안 원외에서 풍찬노숙하며 깨달은 것을 나눈다"며 "예비정치인은 시련 속에서 '존버'(버틴다는 뜻)하고 비로소 정치인의 길로 나아간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박지원 의원도 "(이제는) 강선우 의원으로 의정 활동에 전념하며 국민과 강서구민을 위해서 더 큰일을 하시길 기도한다"며 "DJ는 정치나 인생이나 시련이 오지만 좌절하지 말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성찰하며 전진하라고 했다. 강선우 의원!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고 올렸다.

앞서 강 의원도 사퇴의 글을 올리며 "저로 인해 마음 아프셨을 국민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저를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셨던 이재명 대통령님께도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다. 함께 비를 맞아줬던 사랑하는 우리 민주당에게도 제가 큰 부담을 지어드렸다"고만 했을 뿐, 피해 보좌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강 의원에게 인간적인 위로를 하며 감싸기에 바쁘다"라며 "2차 가해가 구조화된 민주당,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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