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등으로 거장 반열에 오른 일본 출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초기작 5편을 볼 수 있는 특별전이 열린다.
'하마구치 류스케 초기작 특별전: Like Nothing Happened'가 다음달 6일(수)부터 19일(화)까지 전국 CGV아트하우스에서 열린다.
세계가 주목하는 동시대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그는 국내 영화 관객들에게도 가장 환대 받는 감독으로 꼽힌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제68회 로카르노영화제에 '해피 아워'(2015)가 소개돼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아사코'(2018)로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가 공동 집필자로 참여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작품 '스파이의 아내'(2020)는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발표한 옴니버스 영화 '우연과 상상'(2021)은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특히 같은 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이브 마이 카'(2021)가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과 국제비평가상, 그리고 제94회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거장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타 소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봉준호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 대해 "집요하고 끈질기게,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착실하게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지점에 도달한다,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라며 "그런 괴물 같은 강인함을 갖추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번 특별전 타이틀 'Like Nothing Happened'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첫 작품 '아무렇지 않은 얼굴'의 영문 제목에서 따왔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이라고 번역되는 이 문장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말과 움직임은 물론 침묵으로 이뤄진 대화를 통해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삶의 본질을 탐구해온 까닭이다.
그의 이러한 통찰력은 초기 작품에도 어김없이 녹아 있다는 데서 이번 특별전의 남다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해당 특별전에서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초기작 5편이 상영된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은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 공개된다. 감독이 도쿄대 영화연구회에서 활동하던 시절 8㎜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다. 그가 직접 작품에 출연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작품 중 드물게 그가 각본을 직접 쓰지 않고 와타나베 유코가 각본을 썼다.
'친밀함'은 극단 겸 영화학교인 ENBU 세미나에서 영화 배우 졸업작품으로 만든 영화다. 전반부는 연극을 준비하는 모습을, 후반부는 연극 '친밀함'이 상연되는 것을 보여준다. 4시간 15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만의 긴밀한 소통법과 깊이 있는 연출력을 느낄 수 있다.
'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는 무언의 몸짓, 다소 과묵한 인물들을 통해 진정성을 이끌어내는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끝으로 '천국은 아직 멀어'는 고독, 슬픔, 죽음 등으로 얽힌 관계를 하마구치 류스케 특유의 대화 형식과 초현실적인 설정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한편 이번 특별전 포스터는 '천국은 아직 멀어'의 한 장면을 담았다. 이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특유의 앵글이 돋보이는 샷으로, 두 인물의 상반된 표정이 특별한 영화적 감흥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