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은 늘 곁에 있으나 보지 않는 존재였다. 국가도 사회도 제도도 언론도-우리 모두가 그렇게 외면해 왔다. 그러는 사이 무속은 더 깊숙이, 더 넓게 사회 곳곳에 뿌리내렸다.
'방치된 믿음'은 탐사기획 기자 3인이 3년에 걸쳐 취재한 한국 무속 신앙의 실체를 담은 탐사 르포다.
이 책은 단순한 무속 고발서가 아니다. 기자들은 무속인을 직접 만나고, 10년 치 무속 관련 범죄 판결문 320건을 전수 분석했으며, 전국 점집 분포와 무당의 생활 공간, SNS와 유튜브에서 활약하는 젊은 무속인들까지 밀착 취재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굿을 매개로 한 거액 사기, 유튜브 속 가짜 점사 콘텐츠, 도시 재개발에 밀려나는 점집, 고소득층이 찾는 고급 점집까지 무속은 사회 구조, 젠더 갈등, 세대 문제와 얽혀 있는 복합적 현실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현장의 기자들은 질문한다. "왜 우리는 무속인을 방치하는가?", "제도권 종교와 무엇이 다르기에 무속만 '없는 듯' 취급하는가?", "무속은 그저 개인의 선택일 뿐인가?" 그 답을 찾기 위해, 무속인을 직업인으로 인정하는 판결 사례, 무속 범죄의 법적 사각지대, 정부 정책의 부재, 무속인을 '길들이기' 위한 사회적 장치 필요성까지 차근히 짚는다.
한편, 무속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고엽제 피해를 입은 가족의 슬픔, 가난과 트라우마에 휘둘려 무속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선택, 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거대한 심리 장사를 벌이는 유튜브 속 가짜 점사 콘텐츠의 실상은 씁쓸하면서도 현재 한국 사회의 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무속은 더 이상 미신도, 낯선 타자도 아니다. '방치된 믿음'은 말한다. 지금 이 믿음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무속'이라는 신앙의 언저리에서, 우리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외면한 욕망과 위기, 불안과 갈등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성원·손영하·이서현 지음 | 바다출판사 | 2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