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임명 감싸는 與의원들…보좌진은 절망·허탈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

보좌진 갑질과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이 강행되는 기류에 여당 의원들은 부정적 여론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돼야 한다"며 엄호하는 분위기다.

반면 야당은 물론 범여권 진보 진영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당 보좌진의 경우 집단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개별적으로 속앓이하고 있다는 반응이 많다.

용산, 강선우 임명 방침…與, 일제히 엄호

21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주말 대통령실에서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방침을 밝히자, 한 목소리로 엄호에 나섰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가족학 박사로서 여가부 장관직에 적합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며 강선우 후보자를 감쌌다.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김 대변인은 "도덕성과 함께 전문성도 중요하다"며 "강 후보자에겐 전문성 관련 문제 소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갑질 문제는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부분"이라며 "최근에는 전·현직 보좌진 중 '친구 같았다', '보람 있었다'는 반대 진술도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한 것 아니겠는가"라며 "(강 후보자) 본인이 업무를 더 열심히 수행해서 국민적 여론이라든가, 비난받는 부분들을 본인이 극복하셔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임명권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읍참마속의 결단으로 전쟁에 승리했던 제갈공명의 결단, 알코올 중독자인 그랜트 장군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전권을 위임해 남북 전쟁을 승리로 이끈 링컨 대통령의 결단"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앞서서도 이런 여당의 의견이 강 후보자 임명 수순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강 후보자의 임명 수순에 "가장 마지막에 영향을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무기력·절망 빠진  與보좌진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조은희 의원이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여당 지도부의 태도에 소속 보좌진들은 무기력감과 절망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난 한 민주당 보좌관은 "강선우 임명을 강행하는 것을 보면서 힘이 빠진다. 주변에서도 '부글부글' 분위기보다는 오히려 '무기력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며 "무엇보다 이제 '그 정도의 갑질은 괜찮다'는 인식이 생기게 됐다는 점에서 암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강선우 갑질'이 뉴노멀이 된 것"이라며 "보좌관한테 청소시키고 쇼핑 주문 시키고 이런 것이 앞으로는 당연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보좌관은 "처음엔 악의적인 프레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청문회에서 텔레그램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나. 그때부터는 '팩트'라고 봤다"며 "그런데도 임명을 강행할 줄은 몰랐다. 허탈하다"고 했다.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방침 사실이 알려진 뒤, 보좌진들이 익명으로 글을 남기는 '여의도 대나무숲'에는 이를 성토하는 수십 건의 글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다.

한 보좌진은 "갑질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고 청문회에서 터지고 한 걸 보면서 다들 당연히 낙마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강행한다고 하니까 여론이 폭발한 것"이라고 했다. 보좌진 커뮤니티에선 '탄핵할땐 가족, 정권잡곤 가축'이란 자조 섞인 표현이 떠돈다고 한다.

文정부 여가부 장관도 '갑질 피해' 폭로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왼쪽),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윤창원 기자·연합뉴스

진보 진영 내에서도 대통령실 임명 방침에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 "인사 검증 실패"란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여가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영애 전 장관은 지인들에게 장관 재임 시절 강 후보자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강 후보자가 본인 지역구에 해바라기센터 설치를 요청했으나 조건에 안 맞아 어렵다고 하자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며 화를 내고 여가부 예산 일부를 삭감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결국 강선우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소리 듣고 예산을 살렸던 기억이 난다"며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한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 갑질을 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지인들에게 토로했다고 한다.

진보당 홍성규 수석대변인은 "능력이라면 (이진숙 전 교육부장관 후보자보다) 강선우가 더 문제"라며 "갑질 의혹도 심각하지만 이른바 낙마의 기준으로 거론되는 능력의 문제라면 강선우 후보자 또한 만만치 않다"고 논평했다.

참여연대 또한 이날 논평에서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은 제 식구 감싸기로 비판받고,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것이다. 강 후보자에 대한 지명은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공적 권한의 사적 남용인 갑질과, 청문회장에서의 거짓말은 치명적 부적격 사유"라며 "비동의 강간죄, 차별금지법 등 다양한 젠더 의제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정책적 입장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현직 의원이란 점을 제외하고 강 후보자가 여가부 장관에 임명돼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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