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유지하면서, 그로 인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보좌진 갑질 의혹 등을 받는 강 후보자가 야권의 반발에도 임명 수순을 밟게 되면서 새 정부 국정 철학인 '협치'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 철학의 다른 한 축인 '국민 통합'은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 관련 논란으로 빛이 바랬다. 이 대통령은 이념 등을 가리지 않는 인재 등용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연이은 인사 논란으로 새 정부의 좁은 인재풀만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野마지노선 지키지 못한 절충안…"답정너식 결정" 비판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반면 이 후보자와 함께 자질 논란이 일었던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임명 수순을 밟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의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 추진 기류가 변하지 않았음에도 이 후보가 낙마한 것은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야당의 의견을 반영해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임명을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막판에는 상당히 많이 올라왔다"며 "제가 볼 때는 강선우 후보자의 경우 여당 지도부들의 의견이 가장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면서 야당과의 협치에 나섰다는 입장이지만, 야권 반응은 싸늘하다. 애당초 국민의힘은 두 후보자 지명 철회를 협치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했고, 권오을∙김영훈∙조현∙정동영 후보자까지 '무자격 6적'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날 "여론을 듣는 척, 고뇌하는 척, 소통하는 척 시늉만 내고 결국 갑질 측근을 안고 가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담만 하면 돼)식 결정으로 보인다"며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인사 검증 시스템 허점에…역효과 낸 '흑묘백묘론'
대통령실에서 강 후보자 임명 추진 의사를 밝힌 날, 최근 임명된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의 '내란 옹호' 논란까지 터지면서 대통령실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강 비서관은 지난 3월 발간한 저서에서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거나, 이 대통령을 비난하는 취지의 주장을 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새 정부의 좁은 인재풀과 인사 검증 시스템의 허점을 외연 확장을 통해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어 정책 시너지를 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흑묘백묘론'을 들고 나와 '이념에 상관없이 실력이 있으면 쓴다'는 실용주의 인사 기조를 구축하고, 상대편인 국민의힘은 '친윤(친윤석열계) 정당'으로 고립시키는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다.
이번 인사도 '국민 통합'에 앞장서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대통령실이 수습에 나섰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내란 옹호 이력이 있는 인사까지 포용하는 것은 무리한 통합이라는 취지로 강 비서관 사퇴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른 정책 또는 우리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데, 내란에 대한 인식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선을 넘는 것이라고 본다"며 인사를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취임 후 첫 국정 지지도 하락…강선우∙강준욱 버텨낼까
다양한 논란에도 강 후보자∙강 비서관에 대한 대통령실의 신뢰가 확인됐지만, 추가 의혹 제기 등에 따라 상황은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새 정부 출범 후 코스피 지수 3천 돌파,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통과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인사권자인 대통령보다 문제 인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기류가 강하지만, 정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62.2%로, 전주보다 2.4%포인트 떨어졌다. 리얼미터는 "주요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논란 심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재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강 후보자와 강 비서관을 둘러싼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정부 부담이 가중된다면, 두 사람 모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의혹이 계속 나와서 여론이 악화되면 다음 책임은 대통령으로 향할 것이다. 그것은 장관 후보자의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며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 시한인) 23일까지 의혹이 계속 나오면 본인이 정리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인용된 여론조사는… |
| 조사기관 : 리얼미터 의뢰 : 에너지경제신문 조사기간 : 2025년 7월 14~18일 조사대상 :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4명 조사방법 : 무선(100%) 자동응답 표본오차 : ±2.0%P(95% 신뢰수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