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강준욱에 빛바랜 李정부 '통합·협치'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행정복지센터 인근에 마련된 호우 피해 통합지원본부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유지하면서, 그로 인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보좌진 갑질 의혹 등을 받는 강 후보자가 야권의 반발에도 임명 수순을 밟게 되면서 새 정부 국정 철학인 '협치'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 철학의 다른 한 축인 '국민 통합'은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 관련 논란으로 빛이 바랬다. 이 대통령은 이념 등을 가리지 않는 인재 등용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연이은 인사 논란으로 새 정부의 좁은 인재풀만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野마지노선 지키지 못한 절충안…"답정너식 결정" 비판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논문 등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반면 이 후보자와 함께 자질 논란이 일었던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임명 수순을 밟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의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 추진 기류가 변하지 않았음에도 이 후보가 낙마한 것은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야당의 의견을 반영해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임명을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막판에는 상당히 많이 올라왔다"며 "제가 볼 때는 강선우 후보자의 경우 여당 지도부들의 의견이 가장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면서 야당과의 협치에 나섰다는 입장이지만, 야권 반응은 싸늘하다. 애당초 국민의힘은 두 후보자 지명 철회를 협치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했고, 권오을∙김영훈∙조현∙정동영 후보자까지 '무자격 6적'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날 "여론을 듣는 척, 고뇌하는 척, 소통하는 척 시늉만 내고 결국 갑질 측근을 안고 가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담만 하면 돼)식 결정으로 보인다"며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인사 검증 시스템 허점에…역효과 낸 '흑묘백묘론'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윤창원 기자

대통령실에서 강 후보자 임명 추진 의사를 밝힌 날, 최근 임명된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의 '내란 옹호' 논란까지 터지면서 대통령실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강 비서관은 지난 3월 발간한 저서에서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거나, 이 대통령을 비난하는 취지의 주장을 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새 정부의 좁은 인재풀과 인사 검증 시스템의 허점을 외연 확장을 통해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어 정책 시너지를 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흑묘백묘론'을 들고 나와 '이념에 상관없이 실력이 있으면 쓴다'는 실용주의 인사 기조를 구축하고, 상대편인 국민의힘은 '친윤(친윤석열계) 정당'으로 고립시키는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다.
 
이번 인사도 '국민 통합'에 앞장서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대통령실이 수습에 나섰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내란 옹호 이력이 있는 인사까지 포용하는 것은 무리한 통합이라는 취지로 강 비서관 사퇴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른 정책 또는 우리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데, 내란에 대한 인식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선을 넘는 것이라고 본다"며 인사를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취임 후 첫 국정 지지도 하락…강선우∙강준욱 버텨낼까

다양한 논란에도 강 후보자∙강 비서관에 대한 대통령실의 신뢰가 확인됐지만, 추가 의혹 제기 등에 따라 상황은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코스피 지수 3천 돌파,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통과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인사권자인 대통령보다 문제 인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기류가 강하지만, 정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62.2%로, 전주보다 2.4%포인트 떨어졌다. 리얼미터는 "주요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논란 심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재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강 후보자와 강 비서관을 둘러싼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정부 부담이 가중된다면, 두 사람 모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의혹이 계속 나와서 여론이 악화되면 다음 책임은 대통령으로 향할 것이다. 그것은 장관 후보자의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며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 시한인) 23일까지 의혹이 계속 나오면 본인이 정리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조사기관 : 리얼미터
의뢰 : 에너지경제신문
조사기간 : 2025년 7월 14~18일
조사대상 :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4명
조사방법 : 무선(100%) 자동응답
표본오차 : ±2.0%P(95% 신뢰수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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