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폭염…잠잠할 틈 없는 농축산품 물가 불안

히트플레이션 반복되며 기후플레이션 현실화 우려까지…정부 "물가 안정 총력"

16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복숭아를 고르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달 초부터 폭염발 물가 불안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우려가 커진 와중에, 중순에는 기록적 집중호우로 대규모 농지 침수가 발생했다. 비피해 복구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거듭 폭염이 재개되며 2차 피해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여름철 이례적 기상 흐름이 폭염→폭우→재폭염으로 이어지면서 농축산물 수급 불안과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또한 이 같은 양상이 반복되면서, 단기적인 히트플레이션을 넘어 기후 변화가 물가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 "생활물가 안정 총력"…벼·수박·쪽파 등 침수 피해 확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업분야 호우 대처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림축산식품부는 연이은 재해에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연일 농축산물 수해 현장을 찾으며 수급 상황을 점검했고, 21일 오후에는 농축산물의 수급 상황 점검회의를 열기도 했다. 정부 전체적으로도 물가 대응에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해 등의 상황이 있어 생활물가에 대해 진짜 안정화를 시켜야 한다"며 "국민들께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 계신 만큼 단기 과제로 풀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21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16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전국 농작물 2만 8491ha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는 축구장 약 4만 개에 달하는 면적이다. 주요 피해 작물은 벼(2만5064ha)로 전체의 88%를 차지했고, 논콩, 고추, 수박, 딸기, 대파 등 여름철 주요 작물들도 대거 피해를 입었다.

지역별로는 충남(1만 6709ha), 전남(7611ha), 경남(3730ha) 등지에서 피해가 컸으며, 농경지 유실·매몰 피해도 108ha에 달했다. 가축 피해 역시 총 157만 1000마리에 이르며, 이 중 닭이 142만 마리, 오리 13만 마리 등 집약 사육 품목에서 집중됐다.

특히 충남 논산·부여 지역은 전국 하우스 수박 물량의 약 70%를 담당하는 주산지로, 집중호우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수박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18일 기준 수박 1통 평균 소매가격은 이미 3만을 넘어선 상태다.

농식품부는 "부여(수박), 담양·곡성(멜론) 등 침수 피해 지역과 제철 과일 수요가 겹쳐 당분간 전·평년 대비 높은 가격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침수된 시설하우스에 퇴수·세척·방제 작업을 신속히 지시하고, 가격 급등 품목에 대해 할인지원도 병행할 방침이다.

쪽파 역시 피해가 컸다. 주산지인 충남 예산·아산 일대가 침수되며 단기 공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농식품부는 "김장용 쪽파는 8월 파종되므로 김장철 수급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우가 지나간 직후 다시 시작된 폭염은 복구 작업마저 위협하고 있다. 연일 낮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가운데, 침수 직후 습한 토양 위로 고온이 겹치며 병해충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가축 피해도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가축 전염병 예방을 위해 농장 주변 오염물 제거, 사육시설 건조·소독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며, 폭염 대응 장비 지원과 사양관리 지침 제공 등을 통해 추가 피해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플레이션, 식량·물가·품질 전방위 위협…R&D·수출이 해법"

기후변화로 인한 연쇄 재해가 반복되며 물가뿐 아니라 식량 공급의 품질·다양성까지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상효 동향분석실장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상기후가 자주, 강하게 발생하면서 농업 생산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고, 이는 식량 위기와 물가 위기로 직결되고 있다"며 "기후플레이션은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 구조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후 충격이 식량 생산성은 물론 가격, 품질, 식품 다양성까지 흔들고 있다. 식생활의 질 저하가 국민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으로는 기후 저항성 품종 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R&D 투자, 그리고 식품 수출 확대를 통한 가격 안정 여력 확보를 제시했다. 그는 "생산성이라는 긍정적 변수에 집중해 대응 전략을 짜야 하며, R&D를 통한 기술개발 외에는 실질적인 해법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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