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폐지 줍는 어르신들'…무더위 쉼터 된 교회 예배당

인천 해인교회, 무료 급식 통해 지역 주민과 소통
노인일자리 참여자들 대체 교육장으로 활용하기도
"심각한 기후 위기 속 교회의 역할 적극 고민해야"


[앵커]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폐지를 줍는 노인들에게 무더위 쉼터를 만들어 주는 교회가 있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 소득 보전을 위해 예배당을 노인일자리 교육 장소로 개방하고 무료 급식도 제공합니다.

급격한 기후 변화 속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인천 해인교회를 최창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인천 해인교회가 무더위 속에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을 위해 쉼터 공간을 마련했다. 최창민 기자
[기자]

뜨겁게 달궈진 골목을 누비며 힘겹게 모아온 폐지를 손수레에서 저울로 주섬주섬 옮겨 담습니다.

[현장음]
19kg 나왔어요. 길에서 오면서 주워왔지요. (몇 분 동안 주워오셨어요) 오면서 주웠으니까. 10분 한 20분.

며칠 전 1kg 폐지 단가가 60원에서 70원으로 오르면서 폐지 19kg을 모아 받는 돈도 1330원이 됐습니다.

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참여 어르신들은 무더위 속에서 힘겹게 손수레를 끌면서도 삶의 보람을 찾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거리를 다닌 어르신들은 한낮 더위를 피해 무더위 쉼터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기도 합니다.

[김영례 / 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참여자]
"힘들죠. 힘에 붙이고 나이를 먹다보니까. 땀 흘려도 그래도 조금이라도 버니까 그런 재미로 다니는 거죠. 여기서 모자 같은거 해줘서 그거 쓰고 다니고 더울 때는 여기 와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점심때는 점심 먹으러 가고 점심을 매일 주시니까 많이 도움이 되죠."

인천 해인교회 3층에 마련된 식당에서 제공하는 무료 급식을 통해 매일 80여 명의 어르신들이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최창민 기자
노인일자리 참여 어르신들은 인천 해인교회가 마련한 무료 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합니다.

5년 동안 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이영애 씨는 매일 80여 명의 어르신들의 식사를 준비하면서도 힘든 기색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영애 / 인천 해인교회 무료급식소 급식담당]
"저희는 아침에 출근하면 일단은 야채를 다 올려줘요. 그러면 어르신들이 야채를 다듬고 이 더운 날씨에 주방에서 땀 뻘뻘 흘리면서도 나중에 보람이 있잖아요. 맛있게 드시고 가시는 분을 보면 너무 잘 먹고 간다고 인사도 해주고 너무 감사하다고 하고 어떤 분은 힘들게 일한다고 커피도 사주시고 과일도 사주시고 고맙다고…."

바깥 기온이 35도를 넘으면 외부에서 일하는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에게 활동 중단 조치가 내려집니다.

폭염으로 일을 못하게 된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은 인천 해인교회 예배당에서 대체 교육을 받으면서 더위도 피하고 소득도 보전 받습니다.

[이준모 목사 / 인천 해인교회]
"저희 해인교회는 교회를 개방해서 노인일자리 교육을 교회 안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노인들이다보니 건강 교육이라던지 보싱스피싱 범죄 예방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일상 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해주고 있습니다."

인천 해인교회가 예배당 공간을 개방해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의 대체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창민 기자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 속에서 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목회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전국 곳곳에 분포된 교회들이 공간을 열어서 기후 위기 시대에 필요한 행동을 교육하고 실천해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준모 목사 / 인천 해인교회]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한국교회가 만들어야 합니다. 날씨가 더우면 교회를 개방한다 이것이 전국적으로 똑같이 매뉴얼이 되어서 지역 주민들이 더울 때는 교회에 모여서 활동할 수 있다, 이런 실천적인 방안을 만들고 그 안에서 기후 위기에 기후 행동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하는 교육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전국 곳곳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교회처럼 지역사회 속에서 기후 위기를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직이고 가장 좋은 공간이고…."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회가 예배당의 문을 활짝 열어 무더위 쉼터를 만들고 공동체 정신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당면한 기후 위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CBS뉴스 최창민입니다.

[영상 기자 이정우] [영상 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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