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과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간의 과거 관계를 다룬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사전에 막기 위해, 직접 편집국에 전화까지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에마 터커 WSJ 편집인에게 전화를 걸어, 작성 중인 기사 출고를 중단하라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보도가 "전적으로 가짜뉴스"라며 출고를 강행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WSJ 측은 이틀 뒤인 지난 17일 예정대로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엡스타인의 생일을 맞아 외설적인 여성 나체 삽화가 포함된 축하 편지를 보냈고, 이 편지는 길레인 맥스웰이 엡스타인을 위해 제작한 생일 앨범에 포함돼 있었다는 내용이다.
WSJ 보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해당 편지는 본인의 것이 아니며 그림을 그린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또한, 해당 편지를 보도한 WSJ 기자 2명과 그 모회사인 뉴스코프의 루퍼트 머독 전 회장 등 언론사 고위층을 상대로 100억달러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 터커 편집인은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과 내 설명을 듣고도 보도를 강행했다"며 "이는 악의적인 허위 기사이며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와 뉴스코프 간의 관계에도 미묘한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포스트, 폭스뉴스 등 뉴스코프 산하 매체들은 그간 대체로 트럼프에 우호적인 논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관련 보도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머독의 균열이 지속될 경우, 향후 보도 방향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WSJ 보도 이후 트럼프 대통령 지지 기반인 MAGA 진영에서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엡스타인 파일' 관련 자료를 추가로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커졌고, 이번 보도를 계기로 다시 결집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