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 오늘은 테바소프트의 오정섭 대표 모셨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오정섭 : 안녕하세요.
◇김세환 : 먼저 테바소프트, 어떤 기업인가요?
◆오정섭 : 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저희는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소프트'가 들어간 이름은 조금 올드하다는 말씀도 듣지만, 저희는 오히려 그 단어를 통해 소프트웨어 기업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요즘은 차량에도 소프트웨어가 들어가는 시대잖아요. 테슬라 같은 차를 보면 정말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들어가 있죠.
그런데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소프트웨어가 이렇게 발전했는데, 과연 나는 더 행복해졌나?' 어르신들은 오히려 소프트웨어 때문에 기차 타기도 어려워졌다고 하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고, 대학교 때부터 소프트웨어를 전공해 온 사람으로서 그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테바소프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세환 : '테바'라는 이름에도 어떤 의미가 있나요?
◆오정섭 : 네, 테바는 성경에 나오는 단어입니다. 노아의 방주와 모세의 갈대상자, 이 두 개가 모두 히브리어로 '테바'예요. 특징은 방향을 조정할 수 없는 배라는 점이죠. 노와 돛이 없거든요.
저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선배들로부터 '운칠기삼', '운이 전부다' 이런 말을 들었는데요. 저 역시 크리스천으로서 '운'보다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고 싶었어요. 모세도 강에 버려졌지만 결국 왕자가 되잖아요. 저도 비록 보잘것없는 존재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통해 누군가의 귀인을 만나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담아 '테바'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김세환 : 마이크로소프트보다 훨씬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것 같네요. (웃음)
◆오정섭 : 마이크로는 '마이크로'하잖아요. (웃음)
◇김세환 : 창업은 언제 하셨나요?
◆오정섭 : 저희는 2021년부터 준비해서 2022년에 정식 창업했습니다.
◇김세환 : 코로나 시기에 하셨네요.
◆오정섭 : 맞아요. 코로나 중반쯤이었는데, 사실 그 시기 IT 업계는 의외로 잘 나갔어요. 화상회의, 원격수업 등 덕분에 투자가 활발했죠. 저희도 주변에서 창업이 잘되는 걸 보고 '나도 한번 해볼까' 하고 뛰어들었는데, 하필 2022년부터 코로나가 풀리면서 IT 시장이 급격히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어요. 이미 회사를 그만둔 상태라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김세환 : 테바소프트의 대표 서비스가 '심스페이스 AI 마음일기'인데요, 이름이 인상적이에요. 어떤 뜻인가요?
◆오정섭 : '심스페이스'는 많은 분들이 '마음 심(心)'자를 떠올리시더라고요. '마음을 어루만지는 공간 같다'는 말씀도 종종 듣고요. 하지만 실제로는 영어 'seam(솔기, 매듭)'에서 따온 말입니다. 야구 좋아하시는 분은 아실 텐데, 포심 패스트볼처럼 '심'이라는 단어가 공의 솔기를 뜻하거든요. 저희는 상처난 마음을 감싸주는, 매듭짓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심스페이스'라 이름 붙였습니다.
◇김세환 : 이름을 정말 잘 지으시네요. '이름 짓기 달인'이시네요. (웃음)
◆오정섭 : 감사합니다. (웃음)
◇김세환 : '심스페이스 AI 마음일기'는 어떤 플랫폼인가요?
◆오정섭 : 심스페이스 AI 마음일기는 아이들의 감정을 데이터로 변환하여 선생님들에게 제공하는 사회정서학습 지원 플랫폼입니다.
원래는 심리상담 플랫폼이었어요. 그 전에 '핑거AI'라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대화를 녹음해서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받아쓰기 기능이었죠. 그런데 잘 안 쓰시더라고요. 상담사분들이 안 쓰는 이유를 생각해보다가 '그럼 상담사 플랫폼을 우리가 직접 만들자'는 생각에 심스페이스를 만들게 됐고, 그 안에 핑거를 통합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반응이 미지근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왜 상담을 안 받을까?' 고민하다가 '일기'를 넣어보기로 했습니다.
제 아내가 초등학교 교사인데, 서비스 초기 버전을 써보더니 "아이들은 재밌게 쓰는데, 나는 애들이 뭘 쓰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때 대시보드를 만들어서 교사용 기능을 넣었고, 그 이후부터 다른 선생님들도 좋아해주시기 시작했습니다.
◇김세환 : 단순히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 AI가 감정을 분석해서 교사에게 전달하는 거죠?
◆오정섭 : 맞아요. 선생님들이 모든 아이의 감정을 파악하긴 어렵잖아요. 아이들이 많이 줄어서 20명 남짓 되는데, 특히 조용히 있는 아이들은 더더욱 그렇고요. 저희가 받은 피드백 중에 '힘들어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인 줄은 몰랐어요'라는 말이 있었는데요. 저희는 그런 감정 신호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김세환 : 실제로는 일기 안에 몇 가지 키워드만 써도 분석이 되는 거죠?
◆오정섭 : 네, 아이가 글을 쓰면 AI가 댓글을 달아주고, AI와 대화도 할 수 있어요. 처음엔 귀찮아하던 아이들도 점차 AI와 친해지면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그렇게 쌓인 감정 정보가 선생님에게 전달되는 거죠.
◇김세환 : 결국 학생의 감정을 교사가 조기에 파악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군요.
◆오정섭 : 맞습니다. 치료 목적보다는 조기 신호 감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선생님은 '나한테 관심이 없어' 마음의 문을 닫기 전에 선생님이 먼저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게 해주는 거죠.
◇김세환 :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들, 대화 상대가 부족한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겠군요?
◆오정섭 : 요즘 아이들, 주변에 대화 상대가 부족합니다. AI는 24시간 대기하고 있고, 무엇보다 늘 친절하게 응대합니다. 저희가 AI를 튜닝해서 좋은 말만 할 수 있게끔 해놨어요. 아무리 욕을 해도 AI는 욕을 하지 않아요.
저희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처음에 AI가 화를 내는 경우가 있어서 그걸 개선했어요. 지금은 아무리 이상한 말을 해도 AI는 절대 화내지 않아요. 아이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김세환 : 부모도 아이의 내용을 볼 수 있나요?
◆오정섭 : 기본적으로는 선생님께 월간 보고서가 제공되는데, 그걸 선생님이 부모님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김세환 : 현재 50여 개 학교에서 사용 중이고, 서울·경기·대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요?
◆오정섭 : 네, 서울시 교육청과 협약이 되어 있고, 최근 경기도도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대전 지역 학교들도 활발하게 사용 중입니다.
◇김세환 : 최근 미국 학생 데이터 보호 인증 기관 'iKeepSafe'에서 3종 인증도 받으셨다고요?
◆오정섭 : 네. 미국은 개인정보뿐 아니라 아동 보호에 대한 인증이 까다롭습니다. 부모 동의, 유해 콘텐츠 차단, 데이터 보안 등이 주요 기준이고요. 캘리포니아주 인증까지 포함해 3종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글로벌 에듀테크 어워드 'GESA'에서 수상도 했습니다. 스페셜 트랙으로 감정 관리 소프트웨어들에 대해서 상을 주는데, 저희가 받았습니다. 이제 그런 수상을 바탕으로 조금 더 글로벌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기업으로 발돋움 했고요.
올해 6월 말 미국 에듀테크 박람회에서 호응도 좋았고, 미국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세환 : 상도 받으시고, 글로벌 확장도 되고 있는데, 아까 말씀대로 이름을 잘 지으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웃음)
◆오정섭 :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서 저희가 좋은 곳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웃음)
◇김세환 : 그렇군요. 심스페이스는 누구나 사용가능한 거죠?
◆오정섭 : 네,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고, 혼자 감정 일기를 쓰듯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학교나 기관에서 데이터를 보고 싶다면 유료 모델을 이용하셔야 해요.
◇김세환 : 말씀을 나누다보니, 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오늘 대표님과의 인터뷰는 우리 창업자에게도 큰 인사이트가 될 것 같습니다. 창업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닌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오정섭 : 저희는 중장년 창업이었습니다. 사실은 젊은이들의 경우 창업에 도전하면 라면 먹으면서 월급도 안 받고 하다가 실패하면 다시 한 번 더하면 되는데 중장년은 실패하면 뒤가 너무 크죠. 저만 힘든 게 아니라 같이 힘들어할 사람들, 가족이 존재하기 때문에 굉장히 두려웠어요.
하지만 대전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콘텐츠기업지원센터 같은 기관들이 있고, 다양한 멘토와 프로그램이 존재합니다. 대학과 연계한 창업지원도 잘 되어 있어서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 것들을 잘 활용하시면 조금 더 쉽게 좀 더 실수를 줄이면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세환 :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테바소프트. 5년 뒤, 그리고 10년 뒤에는 어떤 회사로 기억되기를 바라십니까?
◆ 오정섭 : 제가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면서, 하나님이 주신 비전 같은 걸 말씀을 통해 들으면 막연하게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려운 지역에 학교를 건설하는 곳에 제가 후원도 조금 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몇 달 전쯤인가 이렇게 뒤를 돌아보니까 '아, 심스페이스를 통해서 학교가 세워지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서 '세운다'는 건 실제 건설이 아니라, 무너졌던 선생님과 학생들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는 것, 그런 식의 '세움'이 일어나는 걸 말합니다. 그걸 보면서 '우리 서비스가 이런 쪽에 쓰임받는 게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서비스가 더 많은 학교에 퍼져서, 그 학교가 정말 올바르게 세워지는 데 저희가 쓰임받았으면 좋겠고요.
지금 저희가 미국 시장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지만, 미국에 있는 학교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학교들이 선생님과 학생들이 올바르고 행복한 관계를 기반으로 잘 세워져 가는 데, 저희가 보탬이 되는 회사가 됐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세환 : 그래요. 나중에는 테바 스쿨, 테바 칼리지, 뭐 이런 대학도 만들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 오정섭 :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세환 : 그럼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정섭 : 네, 감사합니다.
◇ 김세환 : 지금까지 테바소프트 오정섭 대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