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들어 출범한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한국교계에서 커다란 상징성을 갖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이영훈 담임목사, 극동방송 김장환 이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며 수사를 본격화하자 개신교계가 술렁이고 있다.
교계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인사들이 전 해병 1사단장 임성근의 구명로비 연결고리일 가능성이 거론된데 대한 놀라움이 크고, 한편으로는 혐의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성직자들이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고 그 사실이 여과없이 노출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대한 당혹감이 순복음교단을 중심으로 한 한국교계로 확산되고 있다.
압수수색을 받은 이영훈 순복음교회(여의도) 목사는 20일 주일예배 후 설교단상에서 "채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관계기관이나 공직자에게 청탁한 일이 없으며 목회자를 비롯해 어떤 분에게도 사건에 대해 언급하거나 부탁한 일조차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수사과정에서 사실과 관련없는 개인.기관이 명예를 훼손당하거나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특검팀이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하나님이 임재하는 신성한 교회의 모습을 훼손해서는 안될 것이다"며 교회에 대한 존중을 요구했다.
개별 교회의 목사들도 수사의 칼날이 한국교회에서 상징성이 큰 교회로 까지 미치는데 대해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반응이다. 강남의 예수교장로회 A목사는 "혐의내용이 공개되거나 확인된 것이 없는 것 아니냐"며 특정한 혐의가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부분을 우려했고, 영등포의 한 교회 목사는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압수수색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종교계의 특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개신교의 에큐메니컬 즉, 교회일치운동 기관인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한국교계 내) 상징성 있는 교회의 현역 목사님에게 특검수사의 칼날이 미치는 걸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고, 특검팀에는 "수사과정에서 교인들 나아가 교계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신경써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관의 김종생 총무는 20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수사가 엄중하지만 특검팀에서도 절제한 채로 수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듣고 있다"면서, "(수사대상이)천주교나 불교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고 밝혔다.
특검은 수사행위를 통해 그 목적을 이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교계가 당혹해하고 우려를 나타내는데 대해서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고 조용기 목사에서 비롯된 순복음교회는 한국신교내부의 중심 교단 가운데 하나로 60만 국민들이 종교활동을 통해 심령의 위안을 얻고 있고 종교의 사회적 책임에도 소홀함이 없다.
천원짜리 소액 헌금이 많고 매년 성도들이 낸 헌금의 1/3가량은 사회구제사업을 비롯한 선한 일에 집행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어느 날 특검이 들이닥쳐 그들에게 성서의 내용을 전하는 목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참고인 신분임에도 혐의점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보도가 잇따른다면 어느 신도가 불만을 토로하지 않을지 의문이다.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가되, 다수 성도들에게 미칠 파장, 교단이 갖는 사회적 신뢰를 고려해 수사의 기법이나 혐의사실의 공개여부에는 최대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VIP격노설의 진원지인 2023년 7월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간 통화가 이뤄졌고 이날 일부 개신교 목사들과 이철규 의원 사이에서도 통화가 이뤄진 단서를 특검이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이 은밀히 진행됐더라면 그 파장이 훨씬 적었을 것이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관계자는 "거리낄 것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 협조와 달리 교회란 피난처에 조사하러 들이닥친 것, 성역 침범에 성도들이 상처를 입었고 압수수색집행 후 보도자료를 통해 목사님이 범죄자인양 호도된 것은 커다란 문제다"고 주장한다.
특검 입장에서 보면 이 목사에게 어떠한 혐의점을 두고 접근하지만, 성도들 입장에서는 이영훈 목사가 믿음의 보루이자 자존심이기도 하다. 거꾸로 특검수사를 통해서 아무런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해보더라도 종교지도자에 대한 조사, 특정교단에 파장이 예상되는 조사는 차분함을 유지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본다.
특검이 이영훈 목사의 전화기와 메모장을 가져간 이상 어떤 역할이 있었는 지 여부를 밝히는 건 특검이 할 몫이다. 모든 걸 명명백백히 밝히되 종교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하는 안목을 갖고 배려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이는 계엄세력을 단죄하고 나라를 바로세우려는 국민주권정부와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득이 될 일이다.
순복음교단과 극동방송의 사례 처럼 예기치 못한 파장이 이는 또다른 사례가 생긴다면 나라바로세우기에 올인한고 있는 국정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항간에는 정권 출범과 함께, 동시에 발족한 3특검이 각기 성과를 내려는 의지가 과해 수사사안을 경쟁적으로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혹여 특검간 경쟁심리의 발동으로 설익은 수사내용이 자꾸 리크되는 일이 생긴다면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 오히려 피로감으로 바뀔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와 다가오는 국회의원선거 등 잇따르는 정치일정을 감안해도 특검의 수사권력은 최대한 정제된 형태로 행사될 필요가 있다. 수사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함이지 수사주체의 공명심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란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