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찐' 버거 매각설 나오는데…K-버거는 미국에 '역수출'

파이브가이즈 운영사 에프지코리아, 지분 100% 매각 검토 중
반면 한국서 개발한 버거, 도쿄·로마·뉴욕까지 수출 본격화
롯데리아·버거킹·맥도날드·쉐이크쉑, 메뉴 기획의 중심은 한국
불고기·비빔라이스·고추장 치킨까지…'수입' 아닌 '역수출' 시대

연합뉴스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가 국내에서 매각을 검토 중인 가운데, 한국식 레시피를 앞세운 국내 일반 버거 브랜드들은 오히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찐'(진짜)를 표방하는 본토 맛을 내세운 프리미엄 버거가 국내에서 주춤한 사이, K-버거는 역수출과 현지화를 무기로 세계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파이브가이즈 매각설…롯데리아는 8월 美 1호점

 
연합뉴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 수제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Five Guys)'를 국내에서 운영해온 한화갤러리아가 사업 매각을 포함한 구조 개편에 나섰다. 파이브가이즈는 한화그룹의 삼남 김동선 전략본부장이 국내 도입을 주도한 브랜드로, 한화갤러리아의 100% 자회사인 에프지코리아가 운영 중이다.
 
그러나 최근 한화 측은 수수료 부담, 본업 경쟁력 제고 등을 이유로 일부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에프지코리아 지분 100%가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2023년 6월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처음 들여온 에프지코리아는 오는 25일 용산역 아이파크몰에 8호점을 열 계획이다. 에프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65억원에 영업이익 34억원을 거둬 2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롯데GRS 제공

국내에 진출한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한국식 메뉴를 앞세운 K-버거는 글로벌 무대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어 대조적인 흐름을 보인다.
 
롯데리아는 다음달 중순 L.A. 풀러턴에 미국 1호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마스터 프랜차이즈(MF)가 아닌 '직접 진출' 방식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첫 토종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는 설명이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2023년 'LOTTE GRS. USA'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매장 운영을 맡는 'LOTTERIA USA' 법인을 세우고 법인장까지 선임하며 본격적인 진출 준비를 마쳤다.
 
출시 메뉴는 불고기버거, 새우버거, 전주비빔라이스버거 등 한국의 정체성이 뚜렷한 제품으로 구성됐다.
 
롯데리아는 때마침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리즈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배우 이병헌을 이달 전속 모델로 기용하며, 광고 캠페인을 통해 '한국인의 패스트푸드가 세계인의 베스트푸드가 되는 그날까지'라는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 버거킹·맥도날드 등도 K-재료·메뉴 역수출

버거킹 코리아 제공

버거킹 코리아는 메뉴와 핵심 재료의 '역수출' 전략을 통해 K-버거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
 
2013년 국내에서 기획·개발된 '콰트로치즈와퍼'는 2015년부터 미국, 일본, 영국, 중국 등 7개국에 수출됐고, 특히 중국에서는 역대 신제품 중 두 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큐브스테이크와퍼'는 2023년 일본 출시 후 프리미엄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틀 만에 하루 100개 이상이 팔리며 흥행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완제품뿐 아니라 국내에서 검증된 재료(치즈번·불고기소스·비프큐브 등)를 각국 소비자 취향에 맞게 현지화해 제품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버거킹 관계자는 "한국은 더 이상 테스트 마켓이 아닌 글로벌 메뉴 기획의 중심지"라며 "한국 소비자의 입맛이 세계 트렌드를 이끄는 지점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한국 맥도날드 제공

한국 맥도날드도 일찌감치 불고기버거, 김치버거, 고추장 소스 메뉴 등을 대만·이탈리아·홍콩 등지에 수출하며 'K-레시피'를 전파해왔다.
 
불고기버거와 김치버거는 대만 현지에 수출돼 한류 열풍과 함께 현지 유통망에 안착했고,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매콤한 '1955 파이어버거'는 이탈리아에서 정식 출시되기도 했다.
 
디저트 부문에서도 솔티드 카라멜 와플콘, 앵그리 버드 버거 등 국내에서 기획된 한정 제품들이 글로벌 한정판으로 판매되며 다양한 소비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한국 맥도날드는 국내 한정판 제품을 선도적으로 기획하고, 이를 해외로 역수출하는 '글로컬(Global + Local)' 전략을 대표적으로 실행해온 브랜드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쉐이크쉑 코리아는 국내에서 생산한 '포테이토 번(감자빵)'을 싱가포르·영국 등 해외 쉐이크쉑에 역수출하며 'K-제빵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쉐이크쉑이 진출한 국가 중 직접 번을 제작해 수출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특히 2020년 한정판으로 출시했던 '고추장 치킨쉑' 역시 한국 개발 레시피가 미국, 영국, 필리핀 등에 공유돼 현지화되며 'K-매운맛' 확산에 기여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K-버거는 단순한 한류 마케팅을 넘어, '메뉴 기획력'과 '로컬화 역량'을 갖춘 글로벌 푸드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진짜 통하는 한국 음식은 이제 한식뿐 아니라 햄버거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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