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배구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심판 A 씨가 특정 선수의 이적과 계약을 돕는 에이전시의 업무를 병행했다는 사실이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심판의 직무 윤리를 위배할 소지가 큰 만큼 공정성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한 배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시즌 V리그 경기에 심판으로 참여했고, 동시에 한 배구 에이전시 소속으로 활동했다.
한국배구연맹(KOVO) 운영본부규정 제10조(계약 및 제한)에 따르면 ▲회원사 배구단과 지도자(감독/코치) 계약 ▲국내 타 프로종목 단체의 직책 ▲국내 아마추어 배구 단체의 책임자 직책 ▲동종 업무분야 수행으로 업무 충돌 또는 리더십 범위 중복되는 직책(경기·심판분야 종사) 등에 해당하는 직무는 계약기간 내 수행할 수 없다.
단, 책임자 직책이 아닌 실무 직책 수행 시 사전 연맹에 보고 및 승인 후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연맹 관계자는 1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조항은 심판이 지방 소규모 대회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며, 현역 심판이 에이전트 활동을 한다고 하면 연맹 측에서 승인할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연맹에 따르면 A 씨는 2022-2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3시즌 동안 심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A씨는 최근까지도 에이전시 업무를 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A씨의 행위는 명백한 규정 위반에 해당하며, V리그가 승부 조작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A 씨가 관장하는 경기가 판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배구계에서는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직책을 겸임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반응이다. 선수와 구단 사이의 민감한 이해 관계를 다루는 에이전트 업무와 경기의 중립성을 보장해야 하는 심판 역할은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역 심판의 겸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다만 A 씨가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에이전시의 대표는 "A 씨가 현직 심판이라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고용하지 않았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18일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가 접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