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호흡, 눈빛만 봐도 척척" 손민수-임윤찬 환상의 '듀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임윤찬'
피아노 나란히 두고 서로 '눈빛' 나누며 최고의 연주
임윤찬의 절친 작곡가 이하느리가 편곡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에서 '절정'
관객 기립 박수에 손 맞잡고 '화답', 커튼콜만 '수차례'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임윤찬'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뒷쪽)와 임윤찬이 연주하고 있다. ⓒShin-joong Kim MOC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임윤찬' 공연이 열린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공연 전부터 스승과 제자의 듀오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작 전부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는 발디딜 틈이 없었고 기념 촬영을 하는 관객들로 활기찬 분위기였다.

피아니스트 임윤찬(21)이 열세살이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에서 시작된 사제의 연은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임윤찬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된 이후에도 이어져 손민수(49·미국 뉴잉글랜드음악원 교수)가 2023년 한예종을 떠나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NEC) 교수로 부임하자 임윤찬은 스승을 따라갔다.

이번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에서는 두 대의 피아노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배치됐다.

덕분에 손민수와 임윤찬은 서로 고개만 돌리면 눈을 마주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두 사람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연주의 흐름을 조절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1부에서는 손민수가 앞쪽에 배치된 제1피아노를 연주했고 2부에선 서로 위치를 바꿨다.

1부 프로그램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바단조'에서 사제는 서로 다른 개성을 내보였다.

빠른 템포를 연주할 때 임윤찬은 발로 바닥을 구르는 듯 상체와 머리를 마치 헤드뱅잉을 하듯 격정적으로 움직였지만 손민수는 비교적 여유있고 차분한 모습이었다.

느린 악장에서는 손민수의 안정감과 섬세함이, 빠른 악장에서는 임윤찬의 열정과 격정이 어우러졌다.

4악장 피날레 부분에서는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는 격정적 타건(打鍵)으로 관객들을 흥분시켰다.

1부가 친밀함의 정서가 강조되는 실내악적 무대였다면,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으로 이뤄진 2부는 악기로서 피아노가 지닌 가능성을 최대치로 보여줬다.

'교향적 무곡'의 1악장에서 손민수와 임윤찬의 선율은 우아했지만 3악장 종결부에서는 폭풍처럼 강렬한 음향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함께 몸을 들썩였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표현한 격정적인 연주가 끝나고 나서야 관객들은 멈춘 숨을 가다듬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밀레니얼 세대 작곡가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임윤찬의 절친인 작곡가 이하느리(19)가 손민수와 임윤찬을 위해 편곡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

손민수와 임윤찬이 연주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은 원작 오페라의 풍부하고 탐미적인 분위기를 피아노 두 대만으로 살려내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임윤찬'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오른쪽)와 임윤찬이 공연 뒤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Shin-joong Kim MOC
손민수와 임윤찬은 가장 왼쪽 건반의 묵직한 음에서부터 맨 오른쪽 가벼운 고음까지 왈츠를 추듯이 빠르게 움직이며 극명한 대조를 통해 음의 향연을 펼쳐냈다. 스무개의 손가락이 춤을 추며 두 대의 피아노 위에서 만들어내는 울림은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풍성했다.

눈빛만 봐도 척인 두 사람의 '찰떡' 호흡은 8년동안 쌓인 신뢰와 애정의 산물인 듯했다.

스승은 안정감있게 시종일관 공연을 받쳐줬고, 제자는 그 위에서 맘껏 뛰어다녔다.  

특히 임윤찬이 엉덩이를 들썩이고 발을 구르며 헤드뱅잉하는 듯한 모습은 객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격정적인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이어갔고 둘은 웃으며 커튼콜만 수차례 반복했다. 관객석에 앉아있던 이하느리를 불러 일으켜 세워 관객들이 환호하기도 했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오는 25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도 라흐마니노프만 제외하고 동일한 프로그램을 연주할 예정이다.

손민수는 슬로베니아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슬로베니안 필하모닉과 11월 협연한다. 공연은 11월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1일 고양 아람누리에서 열린다.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임윤찬'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임윤찬이 공연 뒤 웃으며 마주 보고 있다. ⓒShin-joong Kim M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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