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시민이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동결하고, 이후 정원 확대 여부는 전문가 기구인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은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 관련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동결에 찬성한 응답자는 57.9%였으며, 오는 2027학년도부터는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데 동의한 비율은 68.6%에 달했다.
추계위는 중장기 의료 수요를 고려해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과학적·전문적으로 추산하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전문가 기구다.
응답자의 94.3%는 아직 의정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인식했으며, 의료개혁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요소로는 '의대 정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37.3%)와 '이해관계자 참여 보장'(36.0%)이 가장 많이 꼽혔다. 반면 '과학적 근거 강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은 8.3%에 그쳤다.
사업단은 "의정 갈등이 2년째로 접어들면서 시민들의 인식도 '숫자'보다는 '합리적 절차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하며 시민 공감과 참여 없는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민들은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도 강하게 요구했다. 응답자의 85.9%는 '중앙정부가 필수의료 인력·시설·장비에 대해 직접 지원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필수의료 전공의 수련비용을 병원에 지원하자는 방안에는 76.5%가 찬성했다.
과잉진료 문제에 대한 인식도 높았다. 97.8%는 '우리 사회에 의료과잉이 존재한다'고 답했고, 이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는 응답도 85.4%에 달했다. 과잉진료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은 89.1%였다.
사업단장인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번 조사는 의료 개혁도 국민·의사·정부가 함께 해법을 도출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먼저 신뢰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