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좀비, 괴짜 등 선명한 콘셉트 바탕으로 '센' 노래를 자주 들려줬던 그룹 퍼플키스(PURPLE KISS)가 이번에는 멤버들의 음색이 고루 빛나는 이지 리스닝 곡으로 돌아왔다. 2021년 데뷔 후 가장 긴 공백기를 보낸 퍼플키스는 각자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고, 실력을 갈고닦는 데도 공을 들였다. '음악방송 1위'와 더불어 '음원 차트 진입'을 목표로 새 활동을 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퍼플키스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RBW 사옥 카페에서 두 번째 싱글 '아이 미스 마이…'(I Miss My…)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전작인 미니 7집 '헤드웨이'(HEADWAY) 이후 9개월 만에 나오는 신보다.
소속사 RBW는 새 싱글 '아이 미스 마이…'에 관해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나 막연한 어딘가를 향해 헤매던 방황의 시간을 지나 결국 진정한 행복은 지금 이 순간, 나를 둘러싼 감정 속에 존재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데뷔 5년 차에 '행복'을 노래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 나고은은 "왜 행복을 노래하려고 했냐면, 하루하루 1년 2년 지나면서 행복도 그렇고 수많은 감정에 조금씩 무뎌지는 것 같다. 그렇지만 저희는 음악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하는 가수이다 보니까 (대중에게) 행복이라는 키워드로 다가가 보자는 마음에서 첫 출발을 한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멤버들이 '행복'이라는 주제를 정한 건 아니었다. 나고은은 "회사에서도 저희가 더 행복한 길로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주제를 던져주셨던 것 같고, 한 번 더 행복에 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리스너분들께서도 무겁지만은 않게, '내게 행복이란 게 무엇이지?' 한 번쯤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밝고 아련한 느낌의 플럭 사운드와 몽환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진 '도레미'(DOREMI)가 타이틀곡으로 선정됐다. 나고은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정말 여러 곡의 데모(임시 곡)를 같이 듣고, 멤버들도 직원분들도 다 투표했다. '도레미'라는 곡이 가장 득표수가 많았다고 들어서, 대중분들 귀에도 (맞도록) 많은 표를 얻고 싶다"라고 바랐다.
채인은 "팬분들께서도 퍼플키스만의 장르가 있다고 많이 (말씀)해 주시는데 그게 아무래도 저희 목소리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라며 "'이런 음색이 장점이구나' 느낄 정도로 에너지를 많이 넣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도시는 "퍼플키스가 여름에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이는 만큼 새로운 리스너(청자)분들이 더 많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기존 발표곡과 새 타이틀곡 '도레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음색이 돋보인다'라는 것이다. 수안은 "퍼플키스 콘셉트가 강하다 보니 거기에 맞춰서 보컬 톤을 다르지만 (어느 정도) 균일하게 갖고 가려고 했다"라고 운을 뗐다.
수안은 "자기가 낼 수 있는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톤을 내다 보니 그 목소리가 어우러져서 매력이 더 극대화되는 곡인 것 같다. 콘셉추얼한 곡도 잘하지만 이지 리스닝에서도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채인은 "가이드(정식 음원이 아닌 임시로 녹음된 곡)가 이미 너무 훌륭했다"라면서도 "솔직히 말하면 똑같은 느낌으로 가져가고 싶지 않았다. 숨소리를 더 넣는다거나 앞 소절에 숨을 넣는다거나 해서 디테일을 잡은 것 같다. 초안과는 다른 느낌의 '도레미'가 나온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레는 "편안하게 흐르는 곡인데 그 사이에서 리듬감을 살리려고 노력하며 녹음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노래 길이의 기준이었던 3분의 벽도 깨진 지 오래, 이제는 2분 초중반대 노래가 흔해졌다. 하지만 퍼플키스의 '도레미'는 3분이 조금 넘는다. 나고은은 "훅이 중독성이 있다"라며 "들으시는 분들이 분수(길이)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채인은 "기왕이면 10초라도 더 저희 목소리 들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도시는 "많은 K팝 팬분들이 브리지 파트부터 고조되다가 빵 터지는 K팝 곡을 그리워하신다는 걸 봤다. 그런 곡을 찾으신다면 ('도레미'가) 브리지에서 멤버들의 보컬이 휘몰아치다가 빵 터지는 고조되는 매력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나고은은 타이틀곡 작사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처음부터 타이틀곡으로 정해지고 나서 의뢰를 받았다는 그는 "이 노래가 뭔가 동화처럼 들렸고, 가사를 봤을 때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분 좋은 행복함을 많이 상상했던 것 같다"라며 "저는 마음에 드는데 리스너분들도 들으시면서 기분 좋은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퍼플키스는 한때 '이 길이 맞나?' 하고 고민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나고은은 "그런 고민을 했던 건 사실이다. ('도레미'에) 제가 쓴 가사 중 '모든 의심은 다 확신으로 바뀌어'라는 가사가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참 잘 쓴 것 같다"라고 해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고은은 "이런 가사를 계속 부름으로써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고, 저는 말의 힘을 믿기 때문에 (청자도) 긍정적인 힘을 얻어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아름다운 음색이 강점인 곡이지만 안무는 있다. 도시는 "안무도 살짝 힘이 빠진 느낌이 있다. 평소 췄던 안무보다는 동선이나 춤 선의 아름다움을 좀 더 담아내려고 노력한 안무라서, 무대를 보시면 전체적인 그림이 되게 예쁘다고 느낄 수 있을 만하다"라고 전했다.
콘셉추얼한 것과 이지 리스닝 곡 중 어떤 것이 더 편한지 질문했다. 도시는 "저는 좀 이렇게 썩소(썩은 미소)나 약간 무서운 표정, 도발적인 표정도 짓는 콘셉추얼한 게 훨씬 편하긴 하다. 하지만 어울리는 게 어디냐 한다면 제가 생각하는 건 두 쪽 다 어울리지 않나. 그 정도로 저희가 잘 표현해 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라고 답했다.
유키는 "강렬한 곡과 청량한 것 하면 저는 50:50으로 편한 것 같다. 둘 다 편한데, 이번에 이런 청량한 거를 정말 오랜만에 해 봤는데 저희가 이틀 전(12일)에 버스킹을 했다. '도레미'를 선공개로 보여드렸고, 직캠을 찾아봤는데 제가 너무 잘하더라. 청량하고 청순한 콘셉트를 너무 잘했다"라고 말해 모두에게 웃음이 번졌다.
멤버들은 앨범 준비 단계부터 버스킹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팬들에게는 비밀이었다. 나고은은 "이틀 전쯤 말씀드리고 버스킹을 했다"라며 "팬분들께 되게 재밌고 신선하게 봐주시더라"라고 전했다.
도시는 "딱 갖춰진 무대라기보다는 좀 대중분들이랑 직접 맞닿을 수 있는 공간에서 진행하다 보니까 다양한 분들께서 봐주시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저희를 모르는 분들께 저희를 어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스케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웃었다. 당시 핸드 마이크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했지만 그 또한 '라이브 인증'을 했다는 점에서 버스킹의 묘미 같다고도 부연했다.
채인은 "팬분들께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콘서트에 오시는 것도 좋지만, (버스킹은) 부담 없이 오실 수 있어서 좋다"라며 "그래서인지 학생 팬분들도 많더라. 더 많은 팬분들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도레미' 외에도 '로스트 앤 파운드'(Lost & Found)와 '브이브이브이'(VVV)까지 총 3곡이 수록됐다. 수안은 "'로스트 앤 파운드'도 살짝 몽환적이다. 고조되다가 '해냈다!' 하는 느낌으로 터지는 곡이기도 하고, 90년대 팝 같은 느낌도 담겼다. 'VVV'는 저희 멤버들에게 거의 처음 듣다시피 하는 통통 튀는 보컬 톤이 많이 묻어있다. 저희의 밝은 모습을 좋아하는 팬분들이라면 좋아하실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미니 6집 발매 인터뷰 때 '음악방송 1위'를 목표로 삼았던 퍼플키스. 이번 활동 목표도 여전할까. 이레는 "물론 음악방송 1위도 항상 하고 싶지만 멤버들의 보컬이 정말 특색 있게 들어간 노래고, 여름과도 잘 어울리다 보니까 (음원) 차트인(진입)을 목표로 잡고 열심히 활동해 보고 싶다"라고 답했다.
"앨범 키워드에 행복이 들어가 있는 만큼 이번 앨범 현재도 행복하다고 스스로 많이 느끼고, 마음껏 이 행복감을 누리면서 활동을 해 보고 싶다"(도시)라는 퍼플키스의 두 번째 싱글 '아이 미스 마이…'는 오늘(16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