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고속철도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 숨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세상을 바꾼 KTX 숨은 이야기'는 KTX 도입과 건설 과정에 직접 참여한 철도 전문가들이 당시의 도전과 극복, 기술적 시행착오와 현장의 교훈을 정리한 기록이다.
책은 고속철도 건설의 기획·설계·시공·차량 선정·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을 총망라한다. 특히 침목 균열, 시공 혼선, 안전점검 논란 등 초창기 KTX 사업을 둘러싼 위기와 이에 대응한 전문가들의 고군분투를 사실감 있게 담아냈다. 그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은 지금도 신흥국의 고속철도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참여 저자들은 철도청과 철도시설공단, KORAIL 등 실무 경험자는 물론, 철도학회와 연구기관, 설계·시공을 이끈 기술자 등 각 분야 전문가 6인이다. 저자들은 "아까운 경험과 실패의 교훈을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었다"며 책의 집필 취지를 밝혔다.
책은 고속철도 건설 초기의 기술 자립 시도와 시행착오, 해외 기술 도입 과정과 이를 국산화한 차세대 고속열차 개발 사례 등을 상세히 소개한다. 또 서울대구, 대구부산 단계별 건설 중 발생한 문제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사·점검·개선 노력을 냉철히 정리했다.
강기동·김수삼 외 지음 | BG북갤러리 | 395쪽
"글을 쓰는 나는 늘 돈을 버는 나에게 빚을 지고 있다."
에세이스트 하현은 마트에서의 14년을 기록한 신작 '어쩌다 마트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를 통해 스물한 살, 대학 과제를 위해 두유를 팔며 시작된 마트 일이 어느덧 30대 중반의 작가에게 '생활을 버티게 해준 울타리'이자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하게 한 안전망'이었음을 고백한다.
하현은 '달의 조각',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등을 통해 삶의 감각을 섬세한 언어로 기록해 온 작가다. 이번 책에서는 여덟 곳 마트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하며 목격한 다양한 삶의 형태, 마트 노동자의 애환, 그리고 정규직 신화를 둘러싼 현실적 괴리를 날카롭고 따뜻하게 풀어냈다.
마트는 때론 "가장 눈에 띄는 동시에 전경에서 물러난 배경"이 되는 장소였다.
"일곱 시간 반 근무, 한 시간 식사, 삼십 분 휴식. 하루 동안 내가 해야 할 건 그게 전부고, 그 모든 걸 끝내고 나면 10만 원을 번다. (…) 글쓰기를 통해서는 절대 얻을 수 없었던 보장"이라는 문장에서처럼, 작가는 마트 노동이 주는 정직한 보상과 일상의 루틴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책에는 마트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등장한다.
작가와 비슷한 청년 세연 씨, 육아를 마친 뒤 다시 일터에 선 윤희 언니, 젊은 시절 간호사였던 애란 언니 등. 한 언니는 작가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우리 이야기 좀 써줘. 써서 꼭 알려줘." 그 말이 이 책의 시작이었다.
이야기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파견직과 계약직의 현실, 여성 노동의 조건, 청년의 생존과 꿈 사이의 긴장을 생생하게 조명한다. 나아가, 팬데믹 시기 마스크 판매와 불매운동, 물가 급등으로 인한 사재기 등 마트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정치적 파장까지도 포착한다. 마트가 단순한 유통 공간이 아니라 "갈등과 선택이 교차하는 정치적 공간"이라는 작가의 시선은 일상의 이면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하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68쪽